김엄마 “兪시신 옆 천가방은 내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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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 수사]“요리하러 별장 갔을때 두고와
兪 도피당시 식사 제대로 못해” 시신 바꿔치기 주장 설득력 잃어
측근 “兪 하루 280걸음이상 안걸어” 산길 헤매다 탈진했을 가능성도

6월 12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 천 가방이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핵심 신도인 ‘김엄마’ 김명숙 씨(59)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시신의 유전자(DNA)와 지문이 유 전 회장의 것과 일치한 데 이어 주요 유류품까지 유 전 회장 측근의 것으로 확인되면서 ‘시신이 유 전 회장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에 따르면 김 씨는 2007년경부터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유 전 회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다. 유 전 회장이 5월 3일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도피한 뒤에도 몇 차례 별장을 방문해 요리를 해줬고, 이때 천 가방을 별장에 두고 왔다고 진술했다. 천 가방은 김 씨가 금수원 행사 때 받은 기념품으로 안쪽에는 유 전 회장의 저서인 ‘꿈같은 사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김 씨는 5월 20일경 마지막으로 유 전 회장을 방문했고, 이즈음 천 가방을 별장에 두고 왔다고 한다. 김 씨는 “유 전 회장이 도피 당시 평소와 달리 식사를 제대로 못 했다”는 진술도 했다.

20여 년간 유 전 회장을 곁에서 보좌해 온 또 다른 측근 A 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유 전 회장이 걷기를 매우 싫어해 하루에 280걸음 이상은 절대로 걷지 않았다”며 “평소 동서남북으로 70보씩만 걸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원파 관계자에 따르면 유 전 회장은 금수원 내부의 예배당과 예배당 위층에 있는 숙소만 주로 오갔으며,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에는 반드시 승용차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런 진술들을 종합하면 유 전 회장은 5월 25일 오후 검찰 추적팀이 순천 별장을 급습한 이후 하루 정도 통나무 벽 비밀공간에서 굶은 채 숨어 있다가 별장을 빠져나간 뒤 평소 걷던 것보다 훨씬 먼 최소 3km 정도를 산길에서 헤매면서 급속하게 탈진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 유 전 회장이 번번이 추적망을 빠져나가자 ‘수사 관련 정보가 새어나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엄마’ 김 씨의 남편이 부장검사 출신이라는 소문까지 확산됐다. 그러나 검찰이 확인한 결과 김 씨의 남편 우모 씨는 세모그룹에서 근무하다가 2003년경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고 친척 중에 법조인도 없었다. 검찰은 김 씨의 역할을 밝히기 위해 가족관계까지 폭넓게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숲속의 추억’ 별장 대문 빗장에 꽂힌 채 발견됐던 의문의 식칼은 순천지청 수사관이 이달 5일 탐문 수색을 하다 빗장이 흔들리는 것이 신경 쓰여 꽂아둔 것으로 파악됐다고 경찰이 밝혔다. 25일 이 식칼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유 전 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조직폭력배 개입설 등이 퍼졌으나 사실무근으로 확인된 것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강병규 채널A 기자
#김엄마#유병언#세모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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