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화… 유병언 시신… 밋밋하던 선거판 막판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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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재보선]선거 흐름에 영향 미친 3가지 변수



‘게임체인저(game changer)’. 주로 스포츠계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꿔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는 사람 또는 요소를 뜻한다. 이번 7·30 재·보궐선거에서는 게임체인저라고 부를 만한 변수들이 막판에 등장했다.

선거가 종반전으로 접어든 지난주 유병언 씨 시신 확인(22일)으로 다시 불붙은 부실수사 논란, 야권후보 단일화(24일) 등이다. 사전투표(25, 26일 사전투표 실시)율이 예상보다 훨씬 높아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되는 요소다.

○ 단일화 효과 주변 지역으로 확산

재·보선 초반엔 새정치민주연합의 무난한 우세가 예상됐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서울 동작을(기동민), 광주 광산을(권은희) 전략공천 후폭풍으로 판세가 요동쳤다. 야권 일각에선 “이러다가 수도권에서 전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나 24일 서울 동작을, 경기 수원 병(팔달)과 정(영통) 등에서 성사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새누리당으로 기울던 판세를 다시 뒤집기 시작했다. 여야 모두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 봐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 지역에서의 단일화 효과는 경기 김포 등 주변 지역으로 확산돼 야권 지지층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엄경영 디오피니언 부소장은 “야권 단일화 성사 이후 야권 지지층은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에게도 균형심리가 작동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어느 한쪽으로 승산이 기우는 듯하면서 이를 교정하려는 투표심리가 나타나 여당이 주도하는 분위기에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표용지가 이미 인쇄된 뒤에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실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특히 야권 단일화에 대한 반사작용으로 ‘보수층의 결집’이란 역(逆)결집 현상을 부르면서 승패를 가늠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보수성향과 진보성향 중 어느 쪽의 결집이 더 강할지, 또 어떤 성향의 계층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장을 찾을지가 승패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與 “핵심은 경제” vs 野 “무능정부”


새정치연합은 지난달 전남 순천시 매실밭에서 발견된 노인의 시신이 한 달 넘어서야 유병언 씨의 시신으로 확인된 사건을 계기로 ‘정권 심판론’에 군불을 때고 있다. 정부의 무능을 심판해야 박근혜 정부가 정신을 차린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지지부진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 과정에 대해서도 “새누리당이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당의 책임론을 극대화했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전체 선거판을 뒤흔들 수는 없지만 그래도 민심이 빠르게 반영되는 수도권에서는 주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경제활성화’를 내걸었다. “집권여당 후보가 승리해야 경제활성화와 국가 시스템의 변화, 혁신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새로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41조 원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증시가 활황에 돌입한 것과 시점도 일치한다. 여권 관계자는 “핵심은 경제 문제가 될 것이고, 경제 문제는 여당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선거 동력”이라고 했다.

○ 높은 사전투표율 누구에게 유리?

25, 26일 시행된 사전투표의 투표율은 역대 재·보선 중 최고치인 7.98%였다. 6·4지방선거 뒤 한 달여 만에 열리는 선거여서 피로감이 높은 데다 휴가철에 치러지는 선거여서 당초엔 투표율이 낮을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사전투표율이 의외로 높아 전체 투표율이 30% 후반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이 유리하다. 야권 지지 성향이 강한 20, 30대가 실제 투표장으로 나와야만 투표율이 높아진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전투표는 본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미리 하는 것뿐이어서 전체 투표율을 확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지방선거 때도 사전투표에 열심히 응한 세대는 50, 60대 중장년층이었다. 이번에도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직후 치러진 재·보선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이번처럼 지방선거 직후 여름 휴가철에 치러진 재·보선 투표율은 2006년 7월 24.8%, 2010년 7월 34.1% 등이었다.

날씨 역시 변수로 꼽힌다. 30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인층 유권자들의 투표장 행렬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재·보궐선거#야권 단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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