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가 관광브랜드 ‘Imagine your Korea’… 외국인들 “뜬금없이 뭘 상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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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만 13억원…
글로벌 캠페인땐 수십억 더 드는데… “한국인에게 하는 말 같아 뜨악”
국내 네이밍-슬로건 전문가들도… 100점 만점에 평균 60점 평가

“Imagine your Korea? 도대체 뭘 상상하라는 뜻인지 뜬금없어요.”

최근 정부가 새롭게 발표한 한국 관광 브랜드를 본 프랑스인 엠릭 씨(40)의 반응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2일 공개한 ‘Imagine your Korea’(상상하라, 당신의 대한민국)는 외국인이 한국의 자연과 문화를 상상하고 직접 발견,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의 표어다. 개발까지 13억 원을 들였으며 앞으로 수십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글로벌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상당수 외국인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뜨악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본인 오카모토 히토시 씨(24)는 “외국인이 아닌 한국 사람을 위한 질문 같다”, 호주인 데이비드 리스 씨(35)는 “한국을 상상하라는데, (외국인은) 멍해지고 아무 생각이 안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비슷하다. 국내 네이밍과 슬로건 전문가 10명은 본보의 의뢰로 ‘Imagine your Korea’를 평가해 100점 만점에 평균 60점을 주었다. 10명 중 9명이 △의미가 모호하다 △수용자가 아닌 생산자 중심의 표현이다 △한국과 연관된 이미지가 없다는 문제를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정지원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는 “주변 외국인들에게 들려주니 ‘이게 뭐냐’는 반응이 많아 한류 등 ‘상상할 무언가’를 추가로 설명해야 했다”며 “정부 입장에서 외국인이 생각해주길 원하는 방향으로만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Your Korea’(당신의 한국)는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던질 수 있는 메시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다. 부경희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올드하고 자기(한국) 중심적인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국가 브랜드라면 한국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했어야 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어떤 한국적 특성을 부각시키려는지가 없다”고 말했다.

태국의 관광 브랜드는 ‘Golden kingdom for green world(푸른 세상을 위한 황금왕국)’이다. 태국의 황금사원 문화재와 자연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이집트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임을 뜻하는 ‘Where it all begins(모든 것이 시작된 곳)’, 뉴질랜드는 깨끗한 자연을 강조한 ‘100% Pure New Zealand(100% 순수한 뉴질랜드)’라는 브랜드로 호평 받았다.

반면 한국의 국가 브랜드는 매번 적절성 논란을 일으켰다. 2001년 발표된 ‘Dynamic Korea’는 역동성보다는 남북 분단, 시위 등의 이미지와 연계되면서 혼란스러운 느낌을 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7년 발표된 ‘Korea Sparkling’은 ‘반짝반짝하고 활력 넘치는 한국’이란 의미로 개발됐지만 엉뚱하게도 “한국에선 탄산수가 많이 나오느냐”고 물어보는 외국인이 많았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광광브랜드#네이밍#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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