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별장 수색 4시간뒤 가보니… 불 켜져있고 뒷문 열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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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일가 수사/허술한 검경]
“뭔가 수상” 112신고받고 경찰 확인… 숨어있던 兪 문열고 탈출 가능성
수색후 안잠갔다면 더 한심

5월 26일 오후 8시 28분 전남지방경찰청 112상황실. 전남 순천시의 최모 씨(53)가 ‘순천시 서면 송치재 터널 인근에 문을 닫은 카페가 있는데 수상하다. 유병언 씨가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으로 112 신고를 했다. 최 씨는 서면 인근에서 택시운전을 오랫동안 한 경력이 있어 송치재 터널 주변 은신 가능 시설을 꿰뚫고 있었다.

상황실은 최 씨의 112 신고 6분 후인 오후 8시 34분 서면파출소와 순천경찰서 형사들에게 출동 명령을 내렸다. 이후 서면파출소 신모 경위(50) 등 경찰관 4명은 7분 뒤인 오후 8시 41분 순찰차 2대를 타고 파출소에서 7km 떨어진 카페에 도착했다.

신 경위 등이 정문을 통해 내부로 진입하려 했지만 문이 닫혀 있었다. 하지만 건물 뒤쪽으로 가 출입문 손잡이를 돌리자 곧바로 열렸고 불도 켜져 있었다. 신 경위 등이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수색했다. 방 3곳 중 1곳에서는 성경책, 각종 의류, 여행용 가방이 있었다. 화장실과 거실 등에는 심해광천수, 육포 등 먹을거리가 흩어져 있었다.

신 경위 등은 순천경찰서 형사들이 도착한 직후 수색을 멈췄다. 형사들이 “여기는 어제(5월 25일)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수색을 한 곳”이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카페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이 23일 동안 숨어 있었던 ‘숲속의 추억’이었다.

앞서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5월 25일 오후 9시 반 숲속의 추억을 급습해 유 전 회장의 여비서 신모 씨(33·구속)를 검거하고 2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했다. 특별수사팀은 다음 날인 26일에는 오후 3시부터 전남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직원 4명을 불러 내부에서 지문 채취를 했고 2차 압수수색도 했다. 지문 채취 시간은 1시간 정도 소요됐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관들은 당시 뒷문 출입문 열쇠를 갖고 있었던 것 같다. 뒷문 출입문 구조는 건물 안팎에서 잠그거나 여는 게 가능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4시간 후 서면파출소 경찰관들이 왔을 때 뒷문이 열려 있었다는 것은 여러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우선 검찰이 2차 압수수색을 끝낸 뒤 뒷문을 잠그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압수수색 장소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허점을 노출한 셈이 된다.

그 다음으로는 검찰이 뒷문을 잠갔는데 누군가가 26일 오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4시간 사이에 숲속의 추억 내부에서 밖으로 문을 열고 나왔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때 유 전 회장이 별장 2층의 비밀공간에서 빠져나와 별장을 벗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검경은 서면파출소 경찰관 수색 이후에는 숲속의 추억 출입문을 자물쇠로 봉쇄하고 수사(폴리스)라인과 봉인서류를 부착했다.

경찰은 26일 오후 4시부터 4시간 사이에 유 전 회장의 도주 행적을 찾기 위해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유 전 회장의 최후 행적을 본 목격자가 있는지 찾고 있다.

순천=이형주 peneye09@donga.com·황성호 기자
#유병언#별장#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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