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GS칼텍스, 39년만에 禁輸풀린 美원유 ‘콘덴세이트’ 첫 물량 구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8일 03시 00분


코멘트

중동産보다 저렴… 에너지 패권 지각변동?
美, 러시아-중동 견제 포석… 천연가스 수출 대상국도 늘려
국내 정유업계 정제설비 확충

미국이 최근 수출한 초경질원유(콘덴세이트)의 첫 물량을 GS칼텍스가 산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중동에만 의존해오던 수입처를 다변화해 가격 협상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미국의 콘덴세이트 수출은 세계 에너지 역학 관계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번 수출은 미국이 오일 파동으로 1975년 ‘에너지 정책 및 보존법’을 통해 원유 수출을 금지한 이후 처음 이뤄졌다. 미국 상무부는 “콘덴세이트는 안정화라는 약간의 가공 과정을 거치므로 원유가 아닌 정제유”라며 수출을 허가했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원유 수출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다른 종류의 원유도 정제유로 규정해 수출한다면 중동과 러시아 중심의 에너지 패권 구도가 흔들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한국 기업들 미국산 콘덴세이트에 관심

지난달 미국은 에너지 기업 두 곳에 콘덴세이트 수출을 허가했다. 27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GS칼텍스가 구입한 콘덴세이트는 일본 미쓰이물산이 미국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의 물량을 받아온 뒤 되판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GS칼텍스는 중동산 콘덴세이트보다 배럴당 몇 달러 싼값에 샀다”며 “이달 말 선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엔터프라이즈 프로덕트의 입찰에 직접 참여했지만 물류비를 감안해 중도 포기했다.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탄화수소다. 이를 정제하면 나프타가 나오고, 나프타를 분해하면 폴리에스테르(합성섬유)의 원료인 파라자일렌(PX)이 나온다. 성장하는 중국 의류시장을 노리고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삼성토탈 등이 콘덴세이트 정제 설비를 확대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물량이 증가하면 콘덴세이트 시세가 하락할 수 있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콘덴세이트 수출은 천연가스의 일종인 셰일가스 열풍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2010년 전후 셰일가스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셰일가스에 5∼25% 함유된 콘덴세이트 생산도 증가했다. 그러나 미국 내 정제시설은 대부분 중질유에 적합해 경질유가 남아돌았다. 또 셰일층에서 가스와 함께 원유까지 나오다 보니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25일 기준 배럴당 104.01달러)은 유럽산 브렌트유(107.51달러)보다 낮게 형성됐다. 이 때문에 미국 원유 생산업자들은 지속적으로 원유 수출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 러시아와 중동 주도 에너지 패권에 변화

이번 수출은 미국이 러시아와 중동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다. 러시아는 재정의 52%(2012년 기준)가 석유 및 천연가스에서 나온다. 지난달에는 유럽행 송유관과 가스관이 대거 묻혀 있는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 중단을 선언하며 힘을 과시하기도 했다. 중동 12개 산유국으로 구성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원유 생산량을 조절해 국제 유가를 조정해왔다. 이에 대해 미국은 지난해부터 영국 일본 등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 대해서도 천연가스 수출을 허용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석유 매장량 상위 10개국 중 OPEC 회원국은 8개국에 이르지만 셰일가스 매장량 상위 10개국에는 알제리 한 곳뿐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미국 외 국가는 기술 부족으로 2020년 이후에나 셰일가스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한국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사업자 컨소시엄의 지분을 인수해 셰일가스 개발에 참여하고 있지만 독자 기술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 콘덴세이트 ::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휘발성 액체 탄화수소. 지하에 매장돼 있을 때는 기체로 존재하지만 지상으로 끌어올리면 액체가 된다. 비중이 가벼워 초경질원유로 분류되며 나프타 함량이 약 50%로 중질유(약 20%)보다 많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GS칼텍스#콘덴세이트#미국 원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