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이진녕]이런 재보선 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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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녕 논설위원
이진녕 논설위원
아는지 모르겠다. 7월 30일 재·보궐선거가 끝나면 10월 29일 또 재·보선이 있다는 것을. 7·30 재·보선은 원래 4월에 치러야 하는데 6·4지방선거 때문에 미뤄진 것이다. 10·29 재·보선은 규모야 이번보다 작겠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또 선거냐, 지겹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첫 재·보선은 1948년 10월 30일에 있었다. 국회의원 이승만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자리가 비게 된 서울 동대문갑(甲)의 새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였다. 이후 2000년까지는 해마다 횟수에 상관없이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재·보선을 치렀다. 2001년부터는 지금처럼 1년에 두 번, 원칙적으로 4월과 10월에 치르는 것으로 방식이 바뀌었다.

선거 횟수를 줄인 것까진 좋았으나 대신 규모가 커졌다. 당연히 재·보선에 쏟는 정당들의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결과에 따라 정국이 요동치곤 했다. 노무현 정권은 재·보선 때문에 절반쯤 망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판이 깨지니 정권도, 정치도 덩달아 흔들렸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평균 5∼6개월마다 지도부를 교체해야 했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1년간 심각한 대선 후유증에 시달렸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과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및 실종 사건을 놓고 여야가 피터지게 싸우느라 정국이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다. 올해도 세월호 사고를 뺀다면 지방선거 전초전, 지방선거, 재·보선으로 사실상 국정이 발목 잡히다시피 했다.

크든 작든 선거가 있게 되면 여야 지도부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자연히 모든 정치가 선거를 중심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반성으로 추진되고 있는 국가 대혁신이나 경제 살리기 같은 과제도 선거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국회가 빈 깡통처럼 실속은 없이 소리만 요란한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이번 재·보선은 그 양상도 낙제점이다. 15곳 중 10곳은 지방선거 출마를 위한 국회의원의 사퇴, 5곳은 법 위반에 따른 당선 무효와 국회의원직 상실로 인한 것이다. 사망 같은 부득이한 경우 때문이 아니라 모두 정치인 스스로 불필요하게 원인을 만들었다. 140억 원의 선거비용은 고스란히 국가 부담이다.

새누리당은 3곳, 새정치민주연합은 5곳에 전략공천을 했다. 오로지 승리만을 위해 ‘거물’들을 내려 꽂았고 당내 계파 간 이해관계에 따라 나눠먹기, 돌려막기를 했다. ‘보상공천’ 논란을 초래한 곳도 있다. 온갖 미사여구의 공천 개혁 다짐은 허구가 됐다. 야바위 같은 야권의 후보단일화 꼼수로 선거판이 어지럽다. 당원과 지역 주민은 안중에도 없다. 선거 피로감에 더해 회의감까지 부채질한다.

세계 어디에도 이런 요상한 재·보선은 없다. 재·보선 발생 요인 자체가 우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 궐위가 생기더라도 프랑스는 선거 대신 후보가 사전에 지명해둔 대리후보가, 독일은 정당이 지정한 예비후보가 계승케 한다. 미국 상원의원의 경우 궐위 시 주지시가 후임자를 지명하거나 2년 간격의 하원의원 선거를 기다렸다 재·보선을 치른다. 정당들이 재·보선에 목을 맬 까닭이 없다.

그래서 제언을 하고 싶다.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곤 재·보선 원인 제공자나 정당에 책임을 지워 재·보선 횟수 자체를 확 줄이자. 다른 나라처럼 재·보선을 대체할 다른 방법도 강구해보자. 재·보선을 하더라도 큰 선거가 있는 해엔 합쳐서 하고, 없는 해엔 1년에 한 번만 하자. 그러면 잦은 선거로 인한 정치의 왜곡, 국정의 표류, 국고(國庫)의 낭비, 사회적 갈등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이진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
#재·보궐선거#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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