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반대’ 100만 서명했다는데… 오해와 진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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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유지… 수술비-약값 97만원뿐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에도 자법인을 통한 영리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시행을 앞두고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리사업은 이르면 9월 중엔 시행될 예정이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주도하는 의료민영화 입법 반대 서명운동에는 23일까지 100만 명이 참여했다. 26일에는 서울에서 촛불집회까지 예정돼 있다. 민영화 괴담도 다시 등장했다. 하지만 의료민영화라는 단어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살펴봤다.

[논란1] 맹장수술비 1500만원으로 폭등?

①자법인 허용되면 맹장수술 1500만 원?

국내 건강보험제도는 태어나면서부터 자동으로 가입되는 ‘당연지정제’가 유지되고 있다. 병원들이 자법인을 통해 영리 부대사업을 확대해도 당연지정제는 유지되기 때문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비가 갑자기 늘어날 우려는 현재로서 ‘제로(0)’에 가깝다. 특히 맹장수술은 포괄수가제(의료비 정찰제)가 도입되면서 통일됐다. 예컨대 상급종합병원(20개 진료과 이상을 가진 43개 중증질환 전문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으면 수술비, 의약품비를 모두 합쳐 약 97만 원(선택진료비 50만 원 포함) 정액만 내면 된다.

[논란2] ‘민영화’ 개념 맞나?… 의료법인, 병-의원 1.7% 불과

②의료민영화 용어 합당한가?

국내 의료기관은 국공립 병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민간이 운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철도민영화와 같이 국가 재산을 민간에 파는 형태의 민영화 개념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총 병·의원(약 6만7000개)의 98.3%는 의료법인이 아닌 개인법인, 학교법인, 특수법인 등이기 때문에 이미 자법인을 통해 영리사업을 할 수 있다. 이번 조치는 그동안 부대사업 확대에 차별을 받던 1.7%가량의 의료법인(약 1000개)이 혜택을 받는 것이지 민영화는 아니다.

[논란3] 의료 질 떨어진다?… 부대사업서 의료기기는 제외

③영리자법인 허용되면 의료 질 하락?


당초 병원이 자법인을 통해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등을 생산하게 되면 의료의 질이 하락할 것으로 우려됐다. 자회사 물품을 과잉 처방하거나 덤핑으로 공급받으면서 품질이 낮은 의료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부대사업 허용 범위에서 의료기기, 화장품업 등을 제외했다.

병원이 자법인을 통해 영리사업에 몰두하거나 자본을 빼돌리면서 환자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도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의료법인은 총자산의 30%까지만 자법인에 투자할 수 있다. 자법인의 경영이 어렵다고 무작정 도와줄 수 없는 구조다. 그뿐만 아니라 자회사를 통해 거둔 수익의 80%는 병원의 공익목적사업에 재투자돼야 한다. 예를 들어 자회사의 60% 지분을 갖고 있는 병원이라면 자회사가 100억 원의 수익을 거뒀을 경우, 모법인으로 가져올 수 있는 60억 원(100×0.6) 중 48억 원(100×0.6×0.8)을 공익사업에 재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논란4] 영리금지 의료법 위반?… 자법인 제한하는 문구는 없어

④자법인 허용 절차가 위법?

야당과 보건의료산업노조 등은 병원의 자법인 설립을 허용하는 시행규칙 개정안이 의료법인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는 상위법인 의료법을 위반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복지부는 “상위법에도 의료법인이 자법인을 만들 권리 능력을 제한하는 문구가 없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이 사안은 논쟁 중이다. 복지부가 제도 도입을 위해 무리하게 네거티브 방식(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것이 아니면 허용된 것으로 간주하는 방식)으로 법 해석을 했다는 비판도 있다. 반면 자법인이 얻은 수입도 모법인인 의료법인에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상위법 위반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의료민영화#의료영리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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