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야구 선수들 전성시대…망명위해 목숨 건 탈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5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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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야구의 전성시대'

16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 미네아폴리스 타킷필드에서 벌어지는 2014년 메이저리그 올스타게임에는 4명의 쿠바 망명객이 포함돼 있다. 공교롭게도 양 리그에 2명씩 뽑혔다. 내셔널리그 LA 다저스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 신시내티 마무리 아롤디스 챔프먼, 아메리칸리그는 오클랜드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1루수 호세 어브레이유다.

메이저리그에 중남미 선수들이 포진돼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도미니카 공화국,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선수들에게는 메이저리그가 생명줄이다. 그러나 쿠바는 입장이 다르다. 미국과 국교가 단절돼 있기 때문에 메이저리그 진출 자체가 어렵다. 그들은 목숨을 걸고 탈출한다. 조직폭력배로부터 금전요구와 생명의 위협을 받은 푸이그의 쿠바 탈출기는 한동안 화제가 됐다. 쿠바 선수들은 제3국의 시민권을 획득한 뒤 프리에이전트 신분으로 미국에 입국한다. 쿠바 망명객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면서 각 팀들은 입도선매식으로 선수를 확보한다.

지난해 쿠바 망명객으로는 다저스의 푸이그와 마이매미 우완 호세 페르난데스가 돋보였다. 둘이 신인왕 경쟁을 펼친 끝에 페르난데스가 내셔널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올해 사이영상 후보까지 거론됐던 페르난데스는 팔꿈치 인대 접합수술로 아깝게도 일찍 시즌을 마쳤다. 올해는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어브레이유(27)가 쿠바 야구의 선봉에 서 있다. 늦깍이 신인이다.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쿠바 대표팀의 일원이었던 어브레이유는 탈출에 성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6년 6800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쿠바 망명객으로는 가장 큰 계약이었다. 어브레이유는 전반기 타율 0.292 홈런 29(1위) 타점 73개(3위)를 기록하며 올스타에 발탁됐다. 현 페이스가 유지되면 1987년 세운 마크 맥과이어의 루키 한 시즌 최다홈런(49개) 경신도 가능하다.

신시내티의 채프먼은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가장 빠른 볼을 구사한다. 평균 160km(100마일)를 뿌린다. 공식으로 기록된 최고 구속은 2013년 5월 173.3km(106마일)이다. 올해 타구에 안면을 강타당해 한 동안 부상자명단에 올랐지만 21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중이다. 2016년 시즌이 끝나면 6년 3025만달러 계약이 끝난다.

오클랜드의 세스페데스는 15일 올스타게임 홈런더비에서 또 다시 홈런왕에 등극했다. 1998년, 1999년 켄 그리피 주니어 이후 2년연속 홈런왕이다. 홈런더비에 출전한 푸이그는 한 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했다. 세스페데스는 전반기에 14개의 홈런을 쳤다. 한 시즌 최다 홈런은 지난해 26개다. 홈런이 거의 라인드라이브다. 좌익수를 맡고 있으나 어깨는 메이저리그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강하다. 현재 11개의 어시스트로 이 부문 1위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쿠바 선수가 망명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곧바로 스카우트를 파견해 계약서를 내민다. 다저스에는 올 3월에 망명한 내야수 알렉스 게레로(27)가 있다. 빅리그 승격을 앞두고 동료였던 포수 미겔 올리보가 귀를 깨물어 부상으로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재활경기를 하고 있다. 수비와 공격력을 갖춰 다저스 라인업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스앤젤레스=문상열 통신원 moonsy10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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