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 캐릭터라도 ‘욱일기’는 안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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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인기만화 ‘원피스’ 특별전
전쟁기념관 “욱일기 등장” 취소… 기획사 “반제국주의 내용인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욱일기. 애니메이션 캡처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욱일기. 애니메이션 캡처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서 12일 열릴 예정이던 일본 만화 ‘원피스’ 특별기획전 ‘메모리얼로그: 정상결전 완결편’이 욱일기(旭日旗) 논란에 휩싸여 전시가 취소됐다.

전쟁기념관은 10일 “작품 곳곳에 욱일기가 등장하는 원피스의 전시를 전쟁기념관에서 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일제강점기의 항쟁 역사를 교훈으로 전하는 기념관에서 기획전을 강행하는 것은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대관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달 초부터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에는 “원피스의 전쟁기념관 전시를 반대한다”는 비판 글과 함께 욱일기가 나온 ‘원피스’ 장면이 줄지어 올라왔다.

원피스에서 해골 ‘브록’이 “사무라이는 ‘와노쿠니(조화의 나라)’의 검사(劍士)”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욱일기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또 악당의 의상이나 보트의 깃발에도 욱일기가 그려져 있다.

전시 기획사 측은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기획사 관계자는 “원피스에서 욱일기가 그려진 캐릭터는 모두 악당으로 묘사되고 주인공이 이들을 무찌른다. 오히려 반제국주의 만화로 봐야 한다. 욱일기가 등장한다는 것만으로 전시를 취소하는 건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원피스의 작가인 오다 에이치로는 국내에 번역된 단행본에서 “왜구는 조선반도 등지에 배로 침략하던 사람들이다. 역사 교과서에 조선에 출병을 했다고 쓰여 있지만 약탈하러 간 것이 맞고 나쁜 녀석들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20억 원을 투자한 기획사 측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기획사 측은 언론에 전시공간을 공개했다. 전시장에는 원피스 대형 조형작품 100여 점과 애니메이션 영상, 시나리오 콘티, 캐릭터 원화 등이 전시돼 있었다. 욱일기나 이를 암시하는 전시물은 없었다.

1997년 처음 선보인 원피스는 지난해까지 단행본 누적 발행 부수가 3억 부를 돌파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만화 중 하나로 꼽힌다. 최고의 해적왕을 꿈꾸는 주인공 루피와 동료들의 모험담을 그린 내용으로 TV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KBS에서 방송되기도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욱일기#용산 전쟁기념관#원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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