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日국빈방문이라더니… 영빈관 아닌 호텔 투숙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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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일정 탓 日도착시간 확정 안돼… 비공식 환영만찬 계획 못잡아
TPP협상 ‘日 길들이기’ 관측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23∼25일로 예정된 일본 국빈방문 기간에 도쿄(東京)의 영빈관이 아닌 호텔에서 투숙할 예정이라고 산케이신문이 17일 보도했다.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도착 시간도 아직 확정해주지 않아 일본 정부가 애태우고 있다. 신문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마찬가지로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일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을 찾는 외국 정상들이 통상 영빈관에 묵었던 것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이 도쿄 도내 호텔에 머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일본에서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1996년 4월 빌 클린턴 당시 미국 대통령 등 일본을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들은 대부분 영빈관에 머물러 왔다.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이 호텔에 투숙하려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합리성을 중시하는 성향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초 일본 국빈 방문에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로 훼손된 미국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집요한 요청을 막판에 수용했다.

일본 정부는 또 오바마 대통령의 국빈 방일 첫날인 23일 저녁 아베 총리가 주관하는 비공식 환영 만찬을 가질 계획이지만 미국 측이 일본 도착 시간을 확정하지 않고 있어 세부 일정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18년 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을 2박 3일 일정으로 국빈 방문했을 때는 당일 저녁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 당시 총리와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이에 대해 미국 측은 오바마 대통령이 23일 일본 도착 시간을 확정 통보하지 않는 것은 워싱턴 출발일인 22일 미국 일정 조율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22일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날 오전에 미국에서 일정을 소화한 뒤 오후에야 일본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14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을 감안할 때 23일 저녁에야 일본에 도착하게 된다.

일본의 집요한 요청으로 일본 방문 기간을 하루 늘리기는 했지만 오래전부터 미국에서 정해진 일정을 쉽게 취소할 수는 없다는 것이 미국 측 태도다. 워싱턴 소식통은 “23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저녁에 일본에 도착해 말 그대로 잠만 잘 것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2박 3일이 아닌 2박 2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한일 외교가에서는 미국의 ‘일본 길들이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TPP 등의 협상에서 일본이 좀처럼 양보를 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의 방일 일정을 마지막까지 압박 카드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외교전문가는 “경호 등을 이유로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는 마지막까지 일정이 확정되지 않는 때가 많다”라고 전했다.

도쿄=배극인 bae2150@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오바마#일본#TPP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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