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충’ 자처 브로 “김치녀, 왕자님 원하면 사우디로 가세요”

  • 동아경제
  • 입력 2014년 3월 21일 10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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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다닐 때 돈이 없어서 그냥 아버지가 쓰시던 포터를 타고 다녔는데, 여자들이 비웃더라.”
-“그런 김치X들은 뒷칸에 배추와 함께 실어버려” (-일베 中)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라는 용어가 인터넷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를 중심으로 유행어처럼 퍼지고 있다. 최근 한 대학에는 ‘김치녀’ 대자보가 붙기도 하며 논쟁을 촉발했다.

‘된장녀’가 명품을 밝히는 여성을 의미한다면, ‘김치녀’는 데이트나 결혼 비용을 주로 남성에게 의존하려는 한국 여성을 비하하는 신조어다. 한국 여성이 자기중심적이고 사회성이 부족하며,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연애를 원한다는 여성 비하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최근 일베에서는 아예 ‘김치녀’ 풍자 음악들이 나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인가수 ‘브로(Bro)’가 선보인 ‘그런 남자’도 그런 노래 중 하나다. 이 노래는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너를 태워 바다로 쏘는 그런 남자/ 재벌 2세는 아니지만 키 180은 되면서 연봉 6000인 남자’라고 ‘김치녀’가 원하는 남자를 묘사한 뒤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고 일침을 놓는다. 이어 김치녀에게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라고 비꼰다.

또한 남성에게 물질적인 부분을 의존하려는 여성에게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고 비판한 뒤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고 불평하)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라고 맞받아친다.

얼굴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브로는 일베의 회원인 일명 ‘일베충’을 자처하며 등장한 신인가수. 김치녀를 비꼬는 내용의 그의 글과 노래는 이미 일베에서 조회수 수십만 건, 추천수 수백 건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더치페이를 제안했다가 ‘쪼잔한 남자’가 되고 욕을 먹는 게 정상이냐?”고 항변하며 “여성 상위 시대에 남성을 대변하는 노래를 선보이겠다”고 말한다.

그의 노래에 네티즌들은 “그간 여성 중심적인 목소리에 억눌려 있었는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과, “머리 굴리지 않고 먼저 계산하는 남자가 더 멋있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여성 비하 현상이 오랜 불경기와 관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연애와 결혼 등 남녀 관계에 수반되는 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남성에 의존하려는 일부 여성이 김치녀 신드롬을 야기했다는 주장이다.

동시에 여성을 싸잡아 일방적인 매도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부 남성도 김치녀 현상을 불러왔다고 말한다. 이들은 “여성 인권적인 측면을 넘어서서, 불경기 등 사회적 현상과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여성 비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

----'그런 남자' 가사 (Bro)----


말하지 않아도 네 맘 알아주고 달래주는 그런 남자

너무 힘이 들어서 지칠 때 항상 네 편이 되어주는 그런 남자

한번 눈길만 주고 갔는데 말없이 원하던 선물을 안겨다 주는

잘생기진 않아도 네가 가끔 기대어 쉴 수 있게 넓은 가슴을 가진 남자

그런 남자가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뭔가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너도 애매하다는 얘기야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너를 태워 바다로 쏘는 그런 남자

키가 크고 재벌 2세는 아니지만 180은 되면서 연봉 6천인 남자

네가 아무리 우스갯소리를 해도 환하게 웃으며 쿨하게 넘기는 남자

내가 만약에 그런 남자가 될 수 있다면 한눈에 반해버릴 그런 남자라면

약을 먹었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나도 인생을 좀 즐겨봐야지
왕자님을 원하신다면 사우디로 가세요 일부다처제인건 함정

네 가슴에 에어백을 달아도 눈 밑에다 애벌레를 키워 보아도

숨길 수 없는 단하나의 진실 너는 공격적인 얼굴이야

총을 맞았니 미쳤다고 너를 만나냐 너도 양심이 있을 것 아니냐

뭔가 애매한 놈들이 자꾸 꼬인다는 건 네가 운이 없는 게 기다림이 모자란 게
아냐 그냥 넌 별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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