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도자기의 신’ 심당길-이삼평 전시회 연 후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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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대 심수관 “한일 양국 어려울때 도예로 관계개선 기여”
14대 이삼평 “한일 교류전 자주 열어 한국에 ‘보은’ 하겠다”

5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도자기 전시회에서 14대 이삼평(왼쪽)과 15대 심수관이 얘기를 나누고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5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도자기 전시회에서 14대 이삼평(왼쪽)과 15대 심수관이 얘기를 나누고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400년간 혁신적, 전통적 도예 기술을 축적했다. 일본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작품을 만드는 게 내 자랑이고 곧 한국의 자랑이다. 도예로 한일 관계 개선에도 기여하고 싶다.”(15대 심수관·55)

“초대 선조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오지 않았으면 지금의 나도 없다. 한국에 ‘보은’하고 싶다. 한국 도예가와 교류하고 작품전도 열겠다.”(14대 이삼평·53)

조선 도공들의 후손인 유명 도예가 2명이 5일 도쿄(東京) 요쓰야(四谷)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났다. 이날부터 22일까지 문화원 갤러리에서 열리는 특별 전시회 ‘해협을 잇는 도공, 400년의 여행’ 개막 행사에서다.

두 사람은 일본의 ‘도조(陶祖·도기의 조상)’로 추앙받는 심당길과 이삼평의 15대, 14대 후손들이다. 심당길과 이삼평은 16세기 말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갔다. 심당길은 가고시마(鹿兒島) 현 사쓰마(薩摩)에, 이삼평은 사가(佐賀) 현 아리타(有田)에 자리를 잡고 도자기 제작을 이어갔다. 다만 12대부터 심당길 대신 심수관으로 이름을 전하기로 했다고 한다.

현재 두 가문 모두 일본 도자기 문화에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명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이삼평은 아리타의 도잔(陶山) 신사에서 신으로 모셔질 정도. 이들의 자기는 유럽 황실에서도 장식품으로 선호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15대 심수관은 “지금 사쓰마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지만 결국 (선조의 국가인) 한국이 그 뿌리”라고 말했다. 이삼평은 “아리타에 있는 오래된 도자기 중 굉장한 작품을 보면 ‘초대가 구운 도자기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보다 더 멋진 작품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조상의 길을 따라 도공이 된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아버지 할아버지 등 일반적인 호칭 대신 13대, 14대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명함에도 ‘15대’ ‘14대’라고 적혀 있었다. 십대 이상 가업을 이어간 전문가의 직업의식이 묻어났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심당길#심수관#이삼평#일본인#도자기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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