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이거 ‘알면’ 늙은 거 vs 이거 ‘모르면’ 늙은 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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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탄생한 사이버가수 ‘아담’(위쪽)과 2000년 중반부터 학교에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칠판지우개’.
1998년 탄생한 사이버가수 ‘아담’(위쪽)과 2000년 중반부터 학교에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칠판지우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비결 중 하나는 ‘깨알 고증’이었다. 극중 인물인 삼천포(김성균 분)가 공부를 한다며 선글라스처럼 착용한 ‘MC스퀘어’. 뇌파에 자극을 줘 숙면과 집중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을 타고 1990년대 중반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그 무렵 “바지로 동네 청소는 다하고 다닐 거냐”는 아버지들의 질책에도 불구하고, 소년소녀들은 자신의 다리 길이보다 훨씬 길고 헐렁한 청바지를 고집했다. 긴 바지가 땅에 끌리는 것을 막으려고 바지 끝단을 작은 압정으로 운동화 끝에 박아 고정시키는 해태(손호준 분)를 보면서 30대 중후반 시청자들이 “맞아, 맞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패션과 행동을 모르는 사람들은 “저게 뭐야? 저런 게 있었나?”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혹시 이거 아는 사람?’이라는 짤막한 글과 사진이 자주 올라온다. 배우 원빈과 좀 닮은 듯한 남자의 사진을 보고 10대들은 “옛날 게임 캐릭터 같다” “노래방 기계에 나오는 가상인물 같다”라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은 “아, 사이버가수 아담이구나”라고 외친다. ‘아담’은 컴퓨터 그래픽과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법으로 1998년 탄생한 국내 첫 사이버가수. ‘세상엔 없는 사랑’을 불렀다.

만화 주인공을 아는지 모르는지도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다. 배추와 무에서 형상을 딴 ‘배추도사 무도사’의 사진을 본 30대들은 “만화 ‘옛날옛적에’ 정말 재밌게 봤다”는 반응이 나온다.

식품도 세대를 가른다. 농심이 출시했던 ‘머그면’은 머그컵 안에 동그란 형태의 라면과 수프를 넣었다. 뜨거운 물을 부으면 꼬들꼬들한 맛을 즐길 수 있었다. 버스정류장 앞 간이점포에서 살 수 있는 ‘신호등’ 사탕의 변천사도 흥미롭다. 1990년대 초반에는 빨강 노랑 초록색 3가지 색깔의 알사탕을 포장해 50원에 팔았지만, 이후로 파랑이 추가되었다. 이름도 ‘네거리 캔디’로 바뀌었고 포장도 새로워졌으며 값도 100원으로 올랐다. 듣는 사람의 나이에 따라 떠오르는 이미지가 조금 다른 셈이다.

반대로 ‘이거 모르면 늙은 거’라는 게시물도 있다. 2000년대에 아동기 또는 청소년기를 보낸 20대들에게는 익숙할 수 있지만, 그 윗세대에는 낯선 장면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퀴즈처럼 묻는다. 이를테면 칠판에 길게 매달린 듯한 검은색 기계의 정체가 그렇다. 기성세대는 ‘자동 칠판지우개’라는 학생들의 대답에 놀란다. “버튼 하나 누르면 자동으로 지워준단 말이냐. 그럼 주번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느냐”는 질문에 학생들은 “요즘 주번은 저 기계 밑에 달린 물통에 물을 갈아 넣는다”고 답해준다.

천으로 감싼 조그만 칠판지우개가 백묵으로 지저분해지면, 당번(주번)이 하얀 먼지를 먹어가며 지우개 털이에 팡팡 털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를 살았던 세대에게는 일종의 세대격차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어 벽에다가 (지우개를) 막 쳤다” “친구 교복에다가 일부러 문질러 장난치기도 했다”는 추억담도 20대에게는 생경할 뿐이다.

어르신들만 추억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게 아니다. 이제 막 기성세대로 접어드는 30대에게도 자기들만의 공감대가 있다.

누군가가 말했다. 지금 종로 탑골공원에 어르신들이 모이는 이유는, 1960, 1970년대 그 곳이 유행의 중심지였고 젊음이 북적댔기 때문이라고. 나이 들어 갈 곳이 없어 탑골공원에 모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전성시대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혹시 또 아는가. 1990년대 태어난 지금의 젊은이들이 2064년 홍대 앞 상상마당 주변에 모여 “우리가 젊을 땐 말이지…”라며 회상에 잠길지.

노지현 오피니언팀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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