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하는 나, 나포츠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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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직장인 53% 개인중시… “상사 퇴근 안해도 집으로”

개인생활과 일의 조화를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퇴근 후 저녁시간을 활용해 여유롭게 운동하는 ‘나포츠족’이 늘어나고 있다. 간단한 야간 산책부터 조깅, 자전거, 캠핑 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동아일보DB
개인생활과 일의 조화를 중시하는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퇴근 후 저녁시간을 활용해 여유롭게 운동하는 ‘나포츠족’이 늘어나고 있다. 간단한 야간 산책부터 조깅, 자전거, 캠핑 등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동아일보DB
최근 직장을 옮긴 회사원 박세연 씨(28)는 저녁마다 집 근처 대학 캠퍼스에서 조깅을 한다. 한가한 시간에 별도의 비용도 없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다. 박 씨는 “야근이 잦았던 전 직장과 달리 퇴근 시간이 일정해 거의 매일 저녁 운동을 한다”며 “해가 저물고 어두워질수록 운동하러 나오는 인근 주민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자기계발이나 사생활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박 씨처럼 눈치 보기 야근이나 회식 대신 퇴근 후 운동을 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나포츠(Night+Sports·야간 운동)족’이다.

○ 가치관 근로문화 변화로 등장

중견 제조업체에 다니는 정모 씨(32)는 퇴근한 뒤 중랑천 변에서 자전거 라이딩을 즐긴다. 출근 시간이 오전 8시로 다소 이른 편이지만 별일이 없으면 오후 5시에 퇴근한다. 정 씨는 “새벽에는 신체가 경직돼 있고 출근 준비로 여유가 없어 운동하기에 좋지 않다”며 “상사가 야근할 때도 크게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지난해 말 직장인 4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 30대 직장인의 53%가 ‘상사가 퇴근하지 않아도 내 일이 끝나면 퇴근한다’고 응답했다. 최창호 잡코리아 사업본부장은 “신세대는 회사 일만큼이나 개인 생활을 중시한다”며 “기업들도 이를 독려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건강관리나 여가생활에 대한 젊은층의 높은 관심도 나포츠족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LG경제연구원의 2011년 라이프스타일 조사에 따르면 ‘건강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이 아깝지 않다’고 응답한 20, 30대의 비중은 36%로 전체 평균(31%)보다 높았다.

캠핑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꼽힌다. 캠핑은 야간에 할 일이 많은 대표적인 아웃도어 활동이다. 캠핑을 즐기고 싶다고 응답한 30대 비중은 57.1%로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았다.

○ 야간 마라톤에서 특수 등산화까지

아웃도어 업계는 ‘나포츠족’을 잡기 위해서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푸마는 9월경 야간 레이스인 ‘푸마 글로 런’ 행사를 열기로 하고 장소를 찾고 있다. 형광 컬러를 입혀 밤에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야간 레이스용 러닝화 ‘모비움 글로’를 하반기 주력 상품으로 선보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푸마 측은 “분주한 낮 대신 저녁이나 밤 시간을 활용해 운동하는 젊은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어 수요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랙야크는 올해 신제품으로 어두운 곳에서 손쉽게 끈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가 달린 ‘체로키 등산화’를 선보였다. 간단한 트레킹이나 캠핑 등 야간 아웃도어 활동에 적합한 제품이다. 기존에 판매하던 같은 콘셉트 제품의 인기가 계속 높아지자 디자인과 기능을 보강해 새로 내놓았다.

최근 론칭한 스포츠전문 아웃도어 브랜드 ‘이젠벅’은 아예 올 시즌 주력 상품으로 야간에도 자유롭게 운동할 수 있도록 특수 원단을 사용한 제품들을 내놨다. 윈드 재킷, 팬츠, 배낭 등이 최소한의 빛만 있어도 발광 효과를 낸다.

아웃도어 업계 관계자는 “야간 운동을 하는 젊은 세대가 아웃도어 업계의 새로운 소비자 층으로 부상하면서 이색 이벤트나 제품 경쟁도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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