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돕는 목회자 되려 간호사 공부… 응급실-수술실서 진가 드러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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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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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간호사 1호 조상문씨 협회창립준비 명예위원장에

“간호사는 전문직입니다. 이전까지는 여성이 주로 맡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일에는 남녀가 따로 없습니다.”

조상문 씨(75·사진)는 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는 남자 간호사가 더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기자와의 통화에서 말했다. 그는 내년 4월 출범하는 대한남자간호사회(가칭) 창립준비위원회의 명예준비위원장. 국내 남자간호사 1호라는 경력을 갖고 있다.

그는 원래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목회자의 길을 걸으려다가 서울위생간호전문학교(현 삼육보건대)에 입학했다. 간호학을 먼저 공부해서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능력을 키우면 목회 활동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였다. 1962년 졸업하면서 간호사 면허증을 받았다. 전에도 간호전문학교를 통해 남자 간호사가 배출됐지만 정부가 남자에게는 간호사 면허를 주지 않았다.

조 씨는 졸업과 동시에 서울위생병원(현 삼육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했다. 당시 응급실에는 농약 중독으로 실려 오는 환자가 많았다. 그는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중요했다. 또 응급상황에선 남자의 물리적인 힘이 필요했다”고 회상했다.

조 씨는 위생간호전문학교장, 대한간호협회 이사, 대한정신간호학회장, 삼육대 간호학과장을 지내며 의료계에 기여했다. 1977년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서 미국 유학을 떠났다가 현지 병원에서 간호사로 1년간 근무했다. 이후 남캘리포니아대 의료원으로 옮겨 27년 동안 환자재정복지관으로 근무했다.

조 씨는 후배 남자 간호사들이 보다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를 희망했다. 그는 “응급실과 수술실에서 남자 간호사가 더 잘할 만한 분야가 있다. 다른 전문직처럼 특화된 분야를 찾아내고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남자 간호사는 해마다 늘고 있다. 현재 남자 간호사는 5183명으로 전체 간호사(29만5633명)의 1.8%다. 2008∼2012년 면허를 받은 남자 간호사가 3504명. 전국 간호대학 재학생 중 남학생은 2000년 662명에서 2011년 7968명으로 늘었다. 국군간호사관학교에는 올해 처음으로 남자 생도 8명이 입학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남자간호사#조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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