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직 출신 사서, 사무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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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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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허경자 씨… 공직 33년간 도서관 지켜

“예전 공무원들이 정책자료나 선진국사례집을 주로 빌려 갔다면 요즘은 자기계발서, 리더십 책을 더 많이 찾아요.” 옛 재무부 시절인 1979년부터 33년간 한 번의 이동도 없이 도서관 사서 자리를 지켜 온 기획재정부 허경자 씨(54·사진)가 17일 5급 사무관으로 승진했다. 기능직 출신 사서가 사무관으로 승진한 건 전체 정부 부처를 통틀어도 드문 일이다.

허 사무관은 서울 은광여고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사서교육원을 다니던 중 담당교수의 추천으로 재무부 도서실에 들어왔다. 이후 부처 간판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으로 바뀌었지만 허 사무관은 도서관을 지켰다.

오랜 기간 근무해 온 만큼 기억에 남는 관료도 많다. 허 사무관보다 공직 입문이 3년 늦은 신제윤 1차관은 사무관 시절 단골로 책을 빌려 갔고 이석준 예산실장은 일본어 서적을 탐독했다.

33년의 근무기간 중 가장 기억이 나는 때로 1997년 외환위기를 꼽았다. 쟁쟁한 관료들이 하루아침에 옷을 벗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허 사무관은 “항상 친절하던 과장님 한 명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갈 곳이 없다’며 도서관에서 한 달 넘게 책만 읽는데 뒷모습이 그렇게 쓸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허 사무관은 연말 세종시 이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1988년부터 지하에 있던 도서관이 24년 만에 ‘햇빛’을 보기 때문이다. 정부세종청사 3층에 자리할 새 도서관은 지금의 165m²(약 50평)에서 231m²(약 70평)로 넓어진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사무관#사서#기능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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