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날 安멘토라고 부르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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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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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망세상 만들기’ 강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사진)은 28일 “국민의 요구를 정치 전문가들이 수용해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비전문가들이 주목받고 있다”며 “국민이 각성해서 선거를 통해 (기성 정치권에)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경기 고양시 KT지사 대강당에서 열린 ‘희망세상 만들기’ 순회강연에서 “제도 정치권이 잘하는 게 비용이 적게 들지만 문제는 그게 잘 안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목받는 ‘정치 비전문가’가 안 원장이냐는 질문엔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등 여러 명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강연 초반 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안 그래도 요즘 ‘정치 승려’라고 소문이 나 있다”면서도 거침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일반 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 허가 등 국민의 80%가 원하는 일도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질문에는 “국민의 80%가 지지해도 안 되는 일이 한두 개냐. 나머지 (기득권층인) 20%가 단결하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어 “대기업이나 재벌이 사람 수로 치면 얼마 안 된다”며 “(80%의)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딱 한 가지, 선거를 통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여자가 대통령 되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아이를 잘 키우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자신의 강연 발언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 데 대해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양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튀겨져 박 전 대표와 연결됐다. 내가 그동안 걸림 없이 살았는데 요즘은 좀 걸린다”고 했다.

스님은 강연 후 동아일보 기자와 따로 만나 “내가 자꾸 신당설을 흘리는 것처럼 돼 있는데 나는 종교인이고 신당을 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지금처럼 보수와 진보, 여야가 완전히 패를 나눠 싸우면 나라 망한다. 이럴 거면 새로운 정당이라도 나와야 한다”(21일 강연)고 했다가 ‘안철수 제3신당론’의 진원지로 지목된 것을 거북해하는 듯했다. 그는 “안 원장과도 요즘은 연락할 일이 별로 없다”고도 했다.

스님은 ‘선거를 통한 변화 요구’의 구체적인 의미에 대해선 “투표를 잘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에 대해서도 “선거를 잘했으면 (정치권이 한미 FTA 반대) 민심을 좀 잘 대변하고 수용했을 것 아니냐”며 선거의 중요성을 재차 언급했다.

법륜 스님은 “앞으로 나를 안철수 멘토가 아니라 평화재단 이사장으로만 표기해 달라”고 먼저 요청하기도 했다. ‘안 원장의 멘토가 아니냐’고 묻자 “멘토가 뭐냐”고 반문한 뒤 “멘토가 정신적 후견인이란 뜻이라면 나는 종교인이니까 (안 원장을 포함한) 모든 사람의 후견인일 수 있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고양=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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