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검증 리포트]2004년 17억에 산 ‘신당동 상가건물’ 작년 30억 받고 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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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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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1월까지 부부 명의로 보유했던 서울 중구 신당동 상가 건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1월까지 부부 명의로 보유했던 서울 중구 신당동 상가 건물.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6일 후보등록을 시작으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막이 올랐다. 한나라당 나경원 최고위원이 이날 후보등록을 마쳤고 범야권의 박원순 변호사는 7일 후보등록을 할 예정이다. 동아일보는 두 후보에 대한 검증리포트를 보도한다. 서울시를 이끌 만한 도덕성과 능력을 갖췄는지를 짚어 보자는 취지다. 먼저 나 후보에 대한 검증 리포트를 소개한다.

나 후보는 6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등록을 하며 40억5757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동아일보는 그전부터 나 후보가 국회의원으로서 관보에 등록한 자료를 참고로 나 후보와 가족들의 재산 내용을 들여다봤다.

○ 신당동 건물 매각 차익 13억 원


나 후보는 2004년 4월 12일 남편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와 공동명의로 서울 중구 신당동 소재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상가건물을 사업가인 반모 씨에게서 사들였다. 나 후보는 공교롭게도 2008년 총선에서 신당동이 속한 중구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반 씨는 당시 다른 공사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부도 위기에 몰려 이 상가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 후보 부부는 공시가격 기준으로 14억2001만 원에 사 지난해 1월 11일 20억7795만 원에 팔아 서류상으로는 6억5000여만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김 판사는 매입 직후인 2004년 4월 30일 이 건물을 담보로 당시 한미은행에서 6억5000만 원을 빌리기도 했다. 대출과 관련해 설정된 근저당권은 지난해 1월 27일 해지됐다.

하지만 실거래가로는 17억 원가량에 매입해 30억 원에 판 것으로 파악돼 실제 시세차익은 1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 씨는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신당동 건물을 11억 원가량에 샀고 아마 17억 원 정도에 판 것으로 기억한다”며 “나 후보 부부는 당시 전액 현찰을 주고 건물을 샀다”고 밝혔다. 나 후보도 관보에 공시가격과는 별도로 실제매매가는 30억 원이었음을 적시했다.

신당동 건물은 지하철 2, 6호선 신당역 4번 출구에서 30여 m 거리에 있고 도심과 통하는 퇴계로에 인접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다. 주변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1984년 7월에 지어져 27년 된 비교적 낡은 건물이지만 인근 왕십리 뉴타운 등의 개발 호재로 부동산값이 크게 올랐다”고 전했다.

건물 1층에는 여성복 매장과 스포츠용품 매장, 2층에는 의류제작업체 등 총 5개 상가가 입점해 있다. 나 후보 부부는 보증금으로 5개 상가에서 1억9500여만 원을 받고 매달 임대료를 수령했다. 신당동 인근 상가 월세는 39.7m²(12평)∼49.6m²(15평) 기준으로 평균 250만∼350만 원이다.

지하 1층에는 172.78m²(51평) 규모의 P유흥주점이 영업하고 있다. 입구에 ‘도우미 항시 대기’라고 적혀 있는 이 업소는 나 후보 부부가 건물을 사들이기 전인 2003년 3월부터 ‘파티 노래주점’이라는 상호로 장사를 시작했다. 이 업소는 여성 접대부를 고용할 수 있는 1종 유흥주점으로 신고돼 있으며 2003년 8월 현재 상호로 이름을 바꿔 지금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이 업소는 종업원들의 건강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아 올해 1월 과태료 처분을 한 번 받았을 뿐 미성년자를 접대부로 고용하거나 성매매를 알선해 단속을 받은 적은 없었다. 나 후보 측은 “P주점 사장에게 업종 전환을 요구했으나 듣지 않았고 지역구 내에 상가 건물이 있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2010년 매각했다”고 밝혔다.

한편 나 후보는 총 20억5691만 원의 예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해 재산의 절반이 예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 후보 본인 명의로 하나은행(10억293만 원) 국민은행(7359만 원) 등에 11억7183만 원이 있다고 신고했고 남편 명의로는 8억3684만 원이 있다고 밝혔다. 딸(18) 앞으로는 1514만 원, 아들(14) 앞으로는 3308만 원이 있다고 신고했다. 이처럼 재산의 절반이 예금인 나 후보는 서울 용산구 서빙고동 신동아아파트를 담보로 2003, 2004, 2007년 세 차례에 걸쳐 총 12억1000만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 경기 성남시 5건의 토지 보유

나 후보 부부는 경기 성남시 인근에 땅을 갖고 있다. 나 후보 남편 명의로 보유한 토지는 총 5건(그래픽 참조)으로 분당구와 수정구의 임야와 전답 5474.56m²(1658평) 규모다. 총 공시지가는 5억1223만 원으로 나 후보가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토지 공시지가(2억958만 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김 판사는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임야를 1988년 취득했고 수정구 금토동 토지 4건은 1985년 모친에게서 상속받았다.

분당구 대장동 임야는 현재 개발 호재로 약간 들뜬 분위기였다. 대장동 인근에서 만난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올해 3월 공공개발 형식으로 이 일대에 대한 개발 계획이 확정됐다. 토지주택공사가 개발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는 “주민들이 대장동 일대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이전부터 재산권을 침해받아 왔는데 개발에 따른 보상액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면서도 “(김 판사가 소유한 대장동 임야) 63-1 지역은 산등성 너머 쪽이라 개발 대상 지역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개발제한구역인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전답에 대해서는 개발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았다. 한 부동산개발업자는 “은퇴 후 이곳에서 집을 짓고 살기 위해 땅을 사두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개발제한구역이 풀릴지는 장담할 수 없다”면서 “현재 팔면 3.3m²당 71만 원 정도 받을 수 있으며 나중에 개발제한이 풀리면 110만∼120만 원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치가 굉장히 높은 땅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중개업자는 “사실 언제 개발될지 아무도 모르는 땅”이라며 “3년 전에 땅주인(나 후보의 남편 추정)이라는 사람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와 만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 ‘엄친딸’ 학창시절 나경원은… 나경원은 누구 ▼

고교 2학년 1학기 미술만 빼고 모두 ‘수’ 나경원 후보의 서울여고 2학년 당시 성적표. 1학기 때 미술 과목에서 ‘우’를 받은 것을 제외하곤 모두 ‘수’를 받았다. 1, 2학기 모두 반에서 1등이었다.
고교 2학년 1학기 미술만 빼고 모두 ‘수’ 나경원 후보의 서울여고 2학년 당시 성적표. 1학기 때 미술 과목에서 ‘우’를 받은 것을 제외하곤 모두 ‘수’를 받았다. 1, 2학기 모두 반에서 1등이었다.
“너같이 어리바리한 애가 어떻게 정치하니?”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48)는 학창 시절부터 친구들 사이에선 ‘어수룩하고, 뭘 잘 모르는 아이’로 통했다. 방송인 이경규 씨가 진행하는 TV 오락프로그램에 나가서도 ‘어리바리하다’는 핀잔을 들었다고 한다. 나 후보가 지난해 낸 자서전 ‘세심’에 나오는 얘기다.

부잣집 딸로 태어나 타고난 외모에 중고교(숭의여중-서울여고) 시절 우등생 자리를 놓치지 않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근무하다 대중 정치인으로 성장한 그의 인생 이력 뒤엔 이처럼 얼핏 떠올리기 힘든 면모도 있다.

나 후보의 서울대 법대와 법조계 후배인 한나라당 이두아 의원은 “옆에서 보면 (나 의원은) 모든 것을 정말 열심히 한다”고 평했다. 학창 시절 ‘엄친딸’(다른 사람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엄마 친구 딸)이었던 비결도 한눈팔지 않는 노력이었다. 나 후보 스스로도 자신은 융통성도 재미도 없는 모범생이었다고 했다.
나경원 1985년 법대 동아리 MT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1985년 국제법학회 동료들과 경기 청평유원지로 MT를 가서 찍은 사진. 점선 안이 나 후보. 나경원 후보 홈페이지
나경원 1985년 법대 동아리 MT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1985년 국제법학회 동료들과 경기 청평유원지로 MT를 가서 찍은 사진. 점선 안이 나 후보. 나경원 후보 홈페이지

말수도 적고, 유머 감각도 없던 나 후보가 야당 시절 대변인으로 TV 토론에 나가 쟁쟁한 진보 논객들과 논리싸움을 벌일 수 있었던 것도 밤새워 시험공부를 하듯 토론 준비를 했기 때문이라고 주변 사람들은 전한다.

나 후보는 지금껏 자신이 ‘약간 느슨하게’ 생활한 것은 1982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한 후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가 유일했다고 말하곤 한다. 이 때문에 그는 졸업과 결혼 후인 1992년에서야 사법시험(34회)에 합격했다. 동갑내기 대학동기인 남편 김재호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사시 31회)보다 3년 늦었다. 나 후보의 서울대 법대 동기 중에는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 조해진 의원, 서울대 조국, 김난도 교수 등이 있다.

나 후보는 참모와 보좌진에게도 자신 못잖은 성실함을 강조한다. 이 때문에 국회 보좌관들 사이에서 ‘모시기’ 가장 힘든 의원으로 유명하다. 인간관계가 ‘일 중심’이어서 인간미를 보여줄 기회가 많지 않다는 평가도 따른다.

나 후보는 사진기자들 사이에서 어떤 각도에서 카메라를 들이대도 ‘그림’이 나오는 외모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 정치인으로 급성장한 매력 포인트였지만 대한민국 넘버2 선출직인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상황에선 ‘탤런트’ 이미지를 떨쳐 버리는 게 가장 큰 과제가 됐다.

<서울시장 후보 검증팀>
▽ 정치부
김기현 이승헌 홍수영 윤완준 기자
▽ 사회부
박진우 김재홍 유성열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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