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영토분쟁 뛰어넘어 상호협력 강화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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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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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출범하는 ‘한중일 협력사무국’ 3국 외교관에게 듣는다

《27일 공식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중일 협력사무국은 한중일 3국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기구다. 지난해 5월 제주도에서 열린 3국 정상회의에서 설립을 합의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23일 덕수궁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S타워 20층의 사무국에서 초대 사무총장인 신봉길 외교통상부 국제경제협력대사(56), 사무차장인 중국의 마오닝(毛寧·39) 한반도사무실 주임, 일본의 마쓰가와 루이(松川るい·40) 참사관을 만나봤다. 사무총장은 2년 임기로 한국 일본 중국이 차례로 맡고, 나머지 국가가 사무차장을 맡는다. 세 사람과의 대화는 ‘제3 언어’인 영어로 이뤄졌다. 직원 20여 명의 의사소통도 대부분 영어로 이뤄진다고 한다.》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중일 협력사무국 사무실에서 3국 외교관들이 화합을 다지는 의미로 오른손을 모았다. 왼쪽부터 중국의 
마오닝 한반도사무실 주임(공동 사무차장), 신봉길 외교통상부 국제경제협력대사(초대 사무총장), 일본의 마쓰가와 루이 참사관(공동 
사무차장). 이들 뒤로 3국 협력의 꿈을 상징하는 한자 ‘夢(몽)’이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한중일 협력사무국 사무실에서 3국 외교관들이 화합을 다지는 의미로 오른손을 모았다. 왼쪽부터 중국의 마오닝 한반도사무실 주임(공동 사무차장), 신봉길 외교통상부 국제경제협력대사(초대 사무총장), 일본의 마쓰가와 루이 참사관(공동 사무차장). 이들 뒤로 3국 협력의 꿈을 상징하는 한자 ‘夢(몽)’이 보인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어떤 일에 초점을 맞춰 활동할 계획인가.

“한중일 3국은 상호 간에 끊임없이, 여러 전쟁을 겪었다. 당장 사무국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진 않는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치열하게 싸운 프랑스와 독일이 전쟁의 상처 위에서 논의를 시작한 유럽연합(EU)에 비하면 한중일 협력사무국의 사정은 나쁘지 않다. 지금은 직원 20명의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장기적으로는 EU나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같은 국제기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신 사무총장)

“3국 관련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정보센터, 각국의 투자 자문을 해주고 인맥을 연결해 주는 컨설팅회사, 3국 간 협력과 관련된 연구 활동을 통해 각국 정부에 정책을 제안하는 연구기관 등의 역할을 할 것이다.”(마오 사무차장)

―역사적으로 민감하고 껄끄러운 현안이 불거지지는 않을까.

“한중일 3국은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나 혼자 살겠다’는 식으로 해선 실패한다. ‘세계화’에 중점을 둔 비전과 인식을 토대로 3국의 관계 발전에 주안점을 둘 것이다.”(마쓰가와 사무차장)

“우리는 특정 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의 책임자들로서 공동 번영을 추구한다. 한국인이나 중국인, 일본인이 아니라 ‘동북아시아인’이 되자는 것이다.”(신 사무총장)

그러나 3국은 지금도 영토 분쟁 등을 겪고 있다. 과연 국가를 떠나 지역 협력체로서의 공조를 이뤄낼 수 있을까. 한국과 일본 간 독도 영유권 논란, 과거 태평양전쟁 때 일본의 식민 국가에서의 군 위안부 동원 문제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질문을 이어나가자 분위기는 잠시 냉랭해졌다.

마쓰가와 사무차장이 굳은 표정으로 “나는 일본 외교관으로서 그런 문제에 대한 명확하고도 변하지 않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하자 다른 두 사람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러나 마쓰가와 사무차장이 곧 “사무국은 그런 양자 이슈가 논의되는 곳이 아니며 그런 문제들에 영향을 받아서도 안 된다. 우리는 그런 문제들은 피해 나가면서 상호 협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하자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면 오히려 사무국의 존재나 활동이 더 부각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고도 했다.

마오 사무차장도 “피할 수 없는 쟁점 사안들이 있겠지만 3국이 협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분쟁이 첨예해질 때마다) 우리가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일깨울 것이다”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덕수궁을 내려다보며 세 사람이 함께 나눈 대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구한말 덕수궁에 머물던 고종이 중국과 일본의 갖은 협박에 번갈아 시달린 역사를 들려주자 마오 사무차장은 “이제 사무국이 생겼으니 그런 불행한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을 전망한다면….

“통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통합이고, 그중 핵심이 FTA다. 연말 3국 간 공동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구체적인 제안이 나올 것으로 본다. 쉬운 작업은 아니겠지만 양자 협상이 어려움을 겪을 때 3자 협상이 오히려 더 빨리 진행될 수도 있다.”(신 사무총장)

“3국을 합친 국내총생산(GDP) 규모나 인구는 모두 전 세계의 20%가 넘는다. 결국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한국은 미국과 FTA를 먼저 시도한 만큼 그 사안에선 다른 나라보다 앞서 나가 있다.”(마쓰가와 사무차장)

―북핵 문제를 비롯한 대북 문제도 다루게 되나.

“나는 중국 외교관으로서 6자회담과 북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수차례 오간 경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 사무국에서는 그 같은 정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마오 사무차장)

“3국 협력이 잘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한반도의 안정이나 남북통일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신 사무총장)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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