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으로 떠나는 여름 휴가]<하>홋카이도 동부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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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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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최대습지 구시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경관에 숨 멎는 듯

《2시간 40분의 비행 끝에 신치토세 공항에 안착했다. 첫날 행선지는 오비히로. 공항 역에서 삿포로행 쾌속에어포트145편 열차에 올랐다. 오비히로행 슈퍼오조라7호(급행)로 갈아탈 미나미치토세로 가기 위해서다. 미나미치토세∼오비히로는 1시간 51분 거리다.

오비히로에 도착한 것은 오후 4시 38분. 도카치 평야의 중심(북위 42도 55분)으로 식량자급률 1100%의 ‘농업왕국’이다. 평야는 넓기도 넓다. 홋카이도 면적의 22%다. 특산물은 낙농제품. 특히 돼지고기가 유명하다. 역 구내식당가 ‘쇼쿠토모노가타리’에서 ‘부타하게’부터 찾았다. 명품으로 소문난 돼지고기 덮밥 에키벤(열차도시락)을 사기 위해서다. 식당은 1934년 창업한 이래 78년째 영업 중이다.》
구시로 습원 노롯코 열차를 타고 구시로 습원을 관광 중인 승객들이 구시로 강의 카누 여행자를 보자 손을 흔들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일본 습지의 59%를 차지하는 대규모 습원으로 1년 내내 관찰되는 두루미 수가 1200마리가 넘는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
구시로 습원 노롯코 열차를 타고 구시로 습원을 관광 중인 승객들이 구시로 강의 카누 여행자를 보자 손을 흔들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곳은 일본 습지의 59%를 차지하는 대규모 습원으로 1년 내내 관찰되는 두루미 수가 1200마리가 넘는다. 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
‘에키 렌터카’는 JR홋카이도(철도회사)가 철도역에서 빌려주는 렌터카이다. 오비히로 역에서 차를 빌려 독일식 펜션마을 ‘페리엔도르프’(가사이 군 나카사쓰나이 촌)로 향했다. 30분 만에 닿은 곳은 평지(32ha)에 조성한 낙엽송 숲. 그 숲 속 그늘 아래 들어선 2층형 주택 92채가 인상적이었다. 주인 니시 아쓰오 씨는 “카셀(독일 바이에른 주) 부근의 한 농촌을 벤치마킹해 조성한 농가 휴가촌”이라면서 “온천(10분), 스키장(사호로 60km), 호수(시카리베쓰 호)가 가깝고 자영목장과 농장에서는 유기농으로 재배한 야채 수확과 맛보기 체험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 아침. 오비히로 역에서 렌터카를 반환한 후 오전 9시 21분 구시로행 슈퍼오조라1호에 올랐다. 오늘 일정은 구시로 습원을 둘러본 뒤 가와유 온천까지 아칸 국립공원 곳곳을 관광버스로 둘러보는 것. 구시로는 일본 습지 면적의 59%를 차지하는 습원이다. 그 중심은 구시로 강. 몇 개의 거대한 호수와 연못 주변으로 거대한 습지가 전개됐다.

구시로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51분. 여기서 ‘구시로 습원 노롯코’ 열차로 갈아탔다. 구시로 습원∼도로 역(29.6km)의 습지구간을 관통하는 관광열차(객차 5량 편성·44분 소요)로 운행 중에 안내방송을 계속했다. 트윙클 버스(매일 오전 11시 45분 출발)에 오른 것은 도로 역 앞. JR홋카이도가 JR패스 여행자를 위해 운행 중인 철도 연계 관광버스로 가와유 온천까지 굿샤로, 마슈 등 두 개의 칼데라(화산호)에 들렀다. 여성 가이드가 버스 안에서 가이드를 했다.

이오산 유황계곡은 ‘이승의 지옥’


일본식 찬합에 호화로운 가이세키 요리를 한국식 한상차림 스타일로 차려낸 아바시리코소 호텔의 점심식사용 프리미엄 도시락. 한국인 오카미 아사리 수에 씨의 솜씨다(왼쪽). 시레토코 반도의 도로 주행 중에 만난 에조사슴. 길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본식 찬합에 호화로운 가이세키 요리를 한국식 한상차림 스타일로 차려낸 아바시리코소 호텔의 점심식사용 프리미엄 도시락. 한국인 오카미 아사리 수에 씨의 솜씨다(왼쪽). 시레토코 반도의 도로 주행 중에 만난 에조사슴. 길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정차한 굿샤로 호. 호반의 프린스호텔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굿샤로는 일본의 허다한 칼데라 가운데 최대 규모. 두 번째 선 곳은 해발 350m(수면고도)의 마슈 호 제1전망대다. 둘레 20km의 호수는 칼데라 중 최고 수심(212m)을 자랑한다.

가와유 호텔 도착 직전에 이오(硫黃) 산에 잠시 멈췄다. 분출되는 유황연기와 지열로 폐허 모습을 한 이 산. 유황가루에 덮여 하얗고 노란 지옥 같은 모습이 관광거리였다. 이곳은 오늘 묵을 가와유 온천의 배후. 온천수 역시 강산성(PH 1.4)의 유황천이다.

가와유는 료칸 20여 개가 올망졸망 몰려 있는 조용한 온천타운이었다. 굿샤로 호까지는 5km. 도로가에 자전거길이 있어 해질녘 자전거로 호수를 향했다. 7km쯤 달리자 스나유(砂湯)에 닿았다. 삽으로 호안 모래밭을 파자 온천수(수온 50도)가 가득 고였다. 드러누우면 곧 모래찜질이 시작될 판이다. 호안의 스나유는 온천 천국 일본서도 흔치 않다.

여행도 벌써 사흘째. 오늘 목적지는 오호츠크 해의 시레토코 반도(홋카이도 동북쪽)다. 가와유온천역에서 시레토코샤리 역으로 가는 단칸열차(오전 10시 36분 출발)를 기다렸다. 고색창연한 목조 역사(1936년 신축)의 가와유온천역. 무인역으로 바뀌면서 역사무실도 ‘오처드 그래스’라는 커피숍으로 변했다. 안에 들어서자 예스러운 실내가 칠팔십 년 전 옛 철도의 향수를 느끼게 했다. 역사 밖에는 실내 아시유(足湯·발만 담그는 온천탕)가 있었다. 온천수에 발을 담근 채 열차를 기다리는 뜻밖의 체험은 무료다.

시레토코샤리 역에 도착한 건 오전 11시 19분. 역사는 자체가 시레토코 반도 정보관이다. 다시 에키 렌터카로 50km 거리의 온천타운 우토로를 향했다. 이곳은 세계유산에 오른 시레토코 반도의 관광중심지. 국도 334호선을 타고 반도에 접어들자 왼편으로 오호츠크 해가 펼쳐졌다. 한겨울이면 유빙(부유얼음)으로 뒤덮여 북극해 모습으로 변하는 이 바다. 그날은 코발트색이었다. 도중 낙차 80m의 오신코신 폭포가 시레토코 반도 진입을 환영하듯 맞아주었다.

오후 2시 반. 우토로 항에서 유람선 오로라호에 올랐다. 반도 서편 해안을 따르는 이오 산 코스로 진행된 90분간의 선상유람. 바닷새의 낙원으로 변한 해안단구가 인상 깊었다. 그 절벽을 장식한 폭포도 장관이다. 유람선투어 후에는 자동차로 반도 더 깊숙한 곳에 숨은 시레토코 5호(湖)를 찾았다. 호수 5개가 포진한 산중평원. 불곰의 잦은 출몰로 트레킹로는 수시로 차단됐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니다. 제1호수까지 길이 800m의 고가보도(목조)가 생겨 이젠 언제든 OK(무료). 그러나 나머지 호수는 여전히 전문가이드를 동반(유료)한다. 고가보도는 전망대 역할도 했다. 거기서 바라다본 오호츠크 해와 이오 산 등 산악연봉. 대자연의 위용이 진하게 느껴졌다.

별 총총 시레토코의 밤하늘

이날 밤 버스로 떠나는 별자리투어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도중의 해프닝이 더 흥미를 끌었다. 깜깜한 산중 도로가에서 만나는 여우 사슴 등 야생동물 관찰이다. 사슴은 풀 뜯느라, 여우는 뱀과 들쥐 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북위 44도 시레토코 반도의 밤하늘. 총총한 별빛과 은하수의 하얀 물결이 확연히 구별될 만큼 맑았다.

다음 날 아침. 80km가량 달려 오호츠크 해와 호수에 둘러싸인 아바시리를 찾았다. 몬베쓰와 더불어 한겨울 쇄빙선 유빙투어의 출발 항이다. 이번에는 아바시리 호를 찾아가 카누에 올랐다. 카누를 저어 호안을 돌며 독수리 등 텃새를 관찰했다. 점심식사는 호반의 명소 ‘아바시리코소’호텔(온천료칸)에서 도시락. 한국 여인 아사리 수에 씨가 오카미(료칸의 여성 총지배인)를 맡고 있는 일본서도 드문 료칸형 호텔이다. 그는 10여 년 전 유학 중에 물리학도와 결혼했고 시댁의 가업을 이어받아 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홋카이도 동부=조성하 여행전문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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