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 9년 만에 졸업장을 받는 ‘연세대 스티븐 호킹’ 신형진 씨(컴퓨터과학과·28)가 28일 열리는 연세대 졸업식에서 어머니와 함께 사각모를 쓴다. 연세대는 신 씨가 학교를 다니기 시작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신 씨를 등교시키고 함께 수업을 들으며 노트 정리를 도와준 어머니 이원옥 씨(65)에게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연세대가 학적이 없는 사람에게 명예졸업장을 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씨는 태어난 지 7개월째부터 ‘척추성근위축증’을 앓았다. 온몸의 근육이 평생 동안 서서히 마비되는 병이다. 몸을 제대로 가눌 수도 없어 신 씨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읽어내 마우스 포인터를 조종하는 장치가 달린 컴퓨터로 공부를 해왔다. 한 학기에 다른 학생의 절반에 못 미치는 2, 3과목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예습 복습을 하느라 매일 오전 2시를 넘겨서까지 공부를 해야 했다.
어머니 이 씨는 이처럼 몸이 불편한 아들 신 씨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아끼지 않았다. 신 씨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자택에서 신 씨를 차에 태워 등교시켰다. 수업 시간에는 신 씨를 대신해 강의 내용을 꼼꼼히 받아 적어 강의 노트를 만드는 등 열성을 다했다.
다른 학생들이 한두 시간이면 다 치르고 나가는 시험을 신 씨는 혼자서 6시간 넘게 치러야 했지만 어머니는 힘든 기색 없이 옆자리를 지켰다. 변혜란 컴퓨터과학과장은 “어머니 이 씨는 다른 학생이 학교에 다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했다”며 “처음에는 공로상 수여를 고려했지만 이것으로 부족할 것 같아 명예졸업장 수여를 학교 측에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공과대학장은 “이 씨가 아들과 함께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학교 내 장애인 시설을 많이 개선한 공로를 인정해 명예졸업장을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아들과 함께 캠퍼스에서 9년간 공부하면서 캠퍼스에 정이 많이 들었는데 (아들이) 졸업하면 다시 학교에 올 일이 없을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더 크다”며 “등교가 습관이 돼서 내년 3월에도 가끔 학교에 가려고 아침에 분주하게 움직일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 씨는 28일 열리는 졸업식이 끝나면 학창시절 아들 신 씨에게 도움을 준 학생들을 초청해 조촐한 파티를 열어 고마움을 전할 예정이다. 한편 신 씨는 전체 졸업식에 앞서 열리는 공과대 졸업식에서 특별상을 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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