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장사꾼’서 ‘기부천사’ 변신한 5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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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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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마약으로 청춘보내…
법무복지공단 도움으로 재기, 8년간 매달 200만원씩 쾌척

정모 씨(52)의 20대는 파란만장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유흥업소 주변에서 주먹을 휘두르며 살았다. 1985년에는 결국 폭력사건에 휘말려 3년을 복역했다. 출소 뒤에는 히로뽕에 손을 대 마약 장사에 나섰고 1999년부터 4년을 다시 교도소에서 보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아요.” 출소를 앞둔 2003년 정 씨는 아내에게서 이런 편지를 받고 절망했다. 사회에서 그를 반기는 곳은 없었다. 폭력과 마약을 일삼았던 그에게 일자리를 주는 곳도 없었다. 그래서 출소자들의 사회 정착을 돕는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 몸을 의탁해야 했다. 공단 경기지부 생활관에서 살게 된 정 씨는 이때부터 새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당시 생활관에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최장 9개월. 그 안에 일자리를 구해야 했다. 정 씨는 방치되거나 오래된 차량의 폐차를 대행해 주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은 9개월 만에 1900만 원을 벌 정도로 잘됐다. 생활관을 나오게 된 정 씨는 고마운 마음에 190만 원을 공단에 기부했다. 공단도 정 씨에게 주거 지원금과 창업 지원금을 주며 정착을 지원했다.

매달 1000만 원을 벌 정도로 사업이 번창하자 정 씨는 마음먹고 기부에 나섰다.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장기수의 사연을 접하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그의 딸에게 매달 30만∼40만 원을 후원했다. 청송교도소에 있을 때 알게 된 무기수에게는 지금도 옷과 영치금을 보낸다. 무허가 장애인시설에 매달 생필품을 지원하고 청소년 출소자들에게는 검정고시 학원비를 대줬다. 전국 출소자 생활관 7곳에는 휴지를 기부한다. 정 씨는 삶의 재기에도 성공해 자녀 셋을 대학에 보냈고 2006년에는 재혼해 다시 가정을 꾸렸다.

이렇게 그가 8년간 꾸준히 기부해온 금액은 매달 평균 200여만 원. 기부 이유에 대해 정 씨는 “지은 죄가 많아서 조금이라도 갚으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고 공단 경기지부 관계자가 9일 전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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