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혹사시키는 연출 연극 향한 절박함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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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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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막베스’로 연출상 고선웅 씨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고선웅 씨(42·사진)는 다재다능한 연극인이다. 글쓰기와 대사 구성에 일가견이 있어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남한산성’ 같은 창작뮤지컬의 각색과 가사를 위탁받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그렇게 주문형 창작극에 투입된 경우가 여럿이다. 연극열전3에서 기획한 김영하 원작 ‘오빠가 돌아왔다’의 각색과 연출을 맡았고 두산아트센터에서 기획한 인인인(人人人) 시리즈의 ‘인어도시’는 직접 쓰고 연출했다. 그래도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것은 2005년 창단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창작극이다. 그의 연극인생에서 첫 동아연극상 수상의 영예를 안겨준 ‘칼로 막베스’는 마방진 창단 5주년을 기념해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초청작으로 실제 공연기간은 3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단원들과 다섯 달이나 땀 흘리며 공들여 만들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마방진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단원들과 정말 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정작 3일밖에 공연할 수 없어 아쉬웠거든요. 그 아쉬움을 단번에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이 수상의 영광은 온전히 마방진 배우들과 스태프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상을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전화로 수상 통보를 전하는 순간 그는 “와우”라고 소리를 지르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너무 흥분해서 인터뷰를 제대로 하기 힘들 정도였다. 마음의 안정을 찾도록 전화를 끊고 30분 뒤 다시 전화 인터뷰를 했다. 마방진의 연극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와 땀범벅이 될 만큼 몸을 혹사하는 연기로 특징지어진다. 연극판에서 말하는 ‘고선웅표 연극’도 이런 독특한 스타일.

“차별화를 위해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연극을 계속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는 절박함의 산물입니다. 관객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연극을 즐길 수 있고, 배우도 작업과정을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칼로 막베스’뿐만 아니라 함께 후보에 오른 ‘들소의 달’을 포함한 그의 창작극은 폭력의 악순환을 희극화한 작품이 많다. 내면의 야심 때문에 끊임없이 폭력에 호소하다가 파멸하는 맥베스를 ‘칼로 막 벴으’와 발음이 같은 ‘칼로 막베스’로 호명하는 식이다.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화를 너무 잘 내고 자주 내는 게 한국사회의 폭력의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공격받으면 참지 못하고 더 강하게 응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연극을 통해 그런 악순환을 끊어내고, 행복하고 관대한 사회를 만들자가 제 모토입니다.”

올해 9월부터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직을 함께 맡은 그는 내년 창작극 ‘늙어가는 기술’과 프랑크 카프라 감독의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한 ‘원더풀 라이프’ 두 편을 공연할 예정이다. 양 날개를 단 고선웅표 연극이 어떤 식으로 발전해갈지 계속 지켜볼 일이다. ‘칼로 막베스’는 내년 1월 20일∼2월 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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