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엄마의 불안까지 닮아… 유아기 애착형성이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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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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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포나기 런던대 교수 방한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아이 정서가 불안하다면 엄마가 자신부터 돌아봐야 합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만난 정신분석학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피터 포나기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교수(59·사진)는 “엄마는 아이의 거울이고, 아이는 엄마의 거울”이라고 정의했다. 포나기 교수는 18일 연세대 의대에서 열리는 한국영유아아동정신건강학회 정기학술대회 참석차 방한했다.

포나기 교수는 정신 병리 치료를 위해 ‘정신화(mentalization)’라는 개념을 정리했다. 정신화는 타인의 행동이 어떤 감정,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형성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포나기 교수는 직접 펜을 들었다가 떨어뜨렸다. 그는 “인간은 펜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우연인지, 의도된 것인지를 알아채는 기본적인 능력을 갖고 있다”며 “엄마와의 애착이 바람직하게 형성될수록 이런 능력이 발달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많은 엄마들이 핵가족화와 맞벌이로 ‘엄마 역할’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 포나기 교수는 이에 대해 “영국,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예전에는 성인 4명이 아이 1명을 돌봤으나 요즘은 엄마 1명이 아이 4명을 돌봐야 하는 최악의 양육조건”이라고 말했다. 포나기 교수는 “아이와 보낼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아이의 욕구에 바로 바로 반응하고, 감정을 이해하면 된다”며 “엄마를 대신해 조부모, 아빠, 돌보미 같은 제3자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포나기 교수는 영유아기 애착 형성이 잘못되면 성폭력·학교폭력 같은 청소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모가 강압적으로 아이를 통제하면 아이도 타인에 대해 강압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포나기 교수는 “영국에서는 초중고교에서 팔을 칼로 긋는 것과 같은 자해율이 10%에 달할 정도로 청소년 문제가 심각하다”며 “영유아기 애착 형성으로 인생이 모두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달단계에서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점점 더 상황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아동발달센터인 안나 프로이트 센터장이기도 한 포나기 교수는 학대받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상담치료 전문가를 교육하는 일도 한다.

엄마의 정서는 아이의 정서로 대물림된다. 엄마가 정서적으로 불안하면 아이와 정상적인 애착 관계가 형성되기 어렵고 아이의 정서 역시 불안해진다. 엄마 정서가 안정되면 아이가 애착이 잘 형성될 가능성이 79%에 달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인 임신기간에 예측한 수치다. 포나기 교수는 “엄마가 나쁜 경험을 했거나 학대를 받았다면 본인이 자신의 상태를 직시하고 교정해 나가야 아이에게 정서가 대물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좋은 엄마가 되는 방법을 물었다. 포나기 교수는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는 타고나는 게 아니다. 시간을 투자해 아이 옆에 있어 주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가 함께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부가 아닌 놀이를 같이 해야 합니다. 정서적인 자극은 주지 않으면서 해야 할 일만 강요하면 아이는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랄 수 없습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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