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벤처 1세대’ 안철수연구소 김홍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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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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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란… 캐주얼 입은듯 편안한 공간”

올해 들어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에 푹 빠진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그는 트위터로 많은 소통을 하지만 인터넷 보안업체 최고경영자(CEO)답게 사는 곳 등의 사생활에 관한 것은 절대로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해 들어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에 푹 빠진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 그는 트위터로 많은 소통을 하지만 인터넷 보안업체 최고경영자(CEO)답게 사는 곳 등의 사생활에 관한 것은 절대로 올리지 않는다고 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RT @junycap: 기업 CEO, 트위터 꼭 해야만 하는가?

hongsunkim: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는 즐거움이 좋더라고요.’

한 팔로어가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트위터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김홍선 안철수연구소 대표(50)는 이렇게 답했다.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안철수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실시간으로 짧게 쓰려면 생각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즐겁다”고 했다.

국내 벤처 1세대이자 보안전문가인 김 대표는 올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특별히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그야말로 ‘지축이 흔들리는’ 세상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통로가 돼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7·7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스마트폰의 등장, SNS의 전방위 확대 등 내년도 사업계획을 제대로 쓰기 어려울 만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요즘, 트위터를 통해 만난 다양한 사람들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준다고 한다. 김 대표는 “SNS를 하다 보면 점차 ‘사람-기계-사람’에서 기계가 빠지고 있다는 변화를 느낄 수 있다. SNS는 사람들끼리 직접적이고 실시간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SNS, 진정성이 중요

“회사 얘기요? 별로 안 합니다. 트위터에는 진정성이 필요하거든요.”

김 대표의 트위터에는 안철수연구소 얘기가 많지 않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CEO의 트위터인지 몰라볼 정도다. 김 대표는 “나에게 트위터는 양복을 벗고 편안한 캐주얼을 입는 공간”이라며 “생각을 나누는 자리에 홍보성 글은 진정성을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 대표의 트위터를 보면 보안이슈뿐 아니라 청년실업, 이공계 기피현상, 교육, 창업정신, 스마트폰과 새로운 정보기술(IT) 얘기 등 다양하다.

김 대표가 트위터를 시작한 것은 올해 3월부터. 팔로어는 7500명 정도다. 그는 지난해부터 ‘김홍선의 IT세상’이라는 블로그도 만들어 110개가 넘는 칼럼을 연재했다. 김 대표는 “칼럼은 쓸 때마다 틀린 말은 없나, 맞춤법은 맞나 조심하며 쓰게 되는 반면 트위터는 정리된 생각을 편하게 말할 수 있다”며 “CEO 본연의 업무에 방해되지 않게 출퇴근 및 이동시간에 짬짬이 한다. 하루에 10개 이내 트윗으로 스스로를 제한한다”고 말했다.

트위터의 매력은 무엇보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다. 한 번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좋은 글을 발견하고 영문 요약본을 올렸다. 그러자 한 사용자가 ‘좋은 글 소개 고맙다’며 원래 글을 한국어로 꼼꼼히 번역해 올려 감동을 줬다. ‘영화 뭘 보는 게 좋을까요’라고 물으면 순식간에 20여 명이 답을 해준다. 팔로어 중에는 IT 업계 사람들뿐 아니라 인문학자들도 많다. 이들과 통하다 보면 경영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SNS의 치명적인 단점은 개인정보 노출이다.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 글을 쓰지만 숨기고 싶은 개인정보를 내보이길 원하는 사람은 없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사람들이 ‘사생활 보호’가 중요하다고 말만 하지, 실제로 어떻게 내 정보를 보호할지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한 현재위치, 가족 정보, 사는 곳 등 보호하고 싶은 사생활은 절대 인터넷 세상에 올리지 않는다고 한다.

○ IT 지축이 흔들린다

‘사업계획 워크숍 이틀째 아침. 하루 종일 회사의 모든 자원을 숫자화하면서 토론하다 보니 꽤 피곤했던 것 같다. 사업환경에서 변수가 점점 많아진다는 느낌.’

지난달 김 대표의 트윗이다.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는 “변수가 너무 많아 내년을 전망하기가 어렵다. 고객회사들도 헷갈리고 있다”며 “새로운 시장진출, 해외사업 등 많은 신규사업들을 어떻게 키워낼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벤처1세대로서 한국의 첫 번째 IT 혁명을 몸소 체험했다. 그는 “요즘이 그때보다 더한 ‘지축이 변하는 시대’”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개인의 소통성을 강화해 사회적인 변화를 가져온다”며 “3∼5년 뒤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시대가 돼있을 것이고 그 중심에는 콘텐츠,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가 화제로 나오자 김 대표의 눈빛이 빛났다. 애플과 구글의 활약으로 마침내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생긴 게 반갑다. 하지만 젊은 인재들이 주로 중소기업인 소프트웨어 업계에 뛰어들기 꺼리고, 이공계 경쟁력은 약해지고, 기업은 여전히 돈 들여 소프트웨어를 사기 싫어해 한숨이 나온단다.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젊어 한때 힘들게 일하고 마는 것으로 여기는 풍토가 안타깝다”며 “개발자도 경륜이 필요하다.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엔지니어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다는 것을 안철수연구소에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연구소는 종합소프트웨어 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사이버 보안위협이 국가 간 전쟁 수준으로 커지는 상황에서 전방위로 대처가 가능한 ‘무기’를 만들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올해 8월 이란 원전을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바이러스 ‘스턱스넷’은 국가 기반시설을 무력화할 수 있다. 김 대표는 “국내 대기업과 제휴해 산업시설, 공장시스템 등을 근본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며 “모바일 보안에도 주력해 스마트폰뿐 아니라 갤럭시탭 등에도 필요한 백신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김홍선 대표는

―1960년 서울 출생

―1983년 서울대 공과대 전자공학과 졸업

―1985년 서울대 공과대학원 석사

―1990년 미국 퍼듀대 전기공학부

컴퓨터공학 박사

―1990년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

선임연구원

―1994년 미국 TSI사 Business

Development 부사장

―1995년 시큐어소프트 설립 및

대표이사

―2007년 안철수연구소 기술고문,

연구소장 및 최고기술경영자(CTO)

―2008년∼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2010년∼청와대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대통령직속

국가정보화전략위원회 IT산업전문

위원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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