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강민호가 박성민에게 “개그 욕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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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2월 13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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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박석민. 스포츠동아 DB
삼성 박석민. 스포츠동아 DB
“내 개그는 하이개그…관중들 다 넘어가”삼성 박석민(사진)과 롯데 강민호는 동갑내기 친구다. 2003년 청소년국가대표에서 이제는 팀의 주축선수로 성장한 두 친구는 릴레이인터뷰를 통해 진지한, 때론 코믹한 대화를 나눴다.스포츠동아DB롯데 강민호와 삼성 박석민. 둘은 스물다섯 동갑내기 친구이자 아마추어부터 프로까지 동기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3년에는 나란히 청소년대표로 발탁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에도 참가한 인연이 있다.

그 동기생들은 삼성 허승민, 두산 김재호, 넥센 오재영 김수화, KIA 김주형 등이다. 각기 롯데와 삼성을 대표하는 기둥으로 성장한 두 남자,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박석민은 다음 릴레이 인터뷰 대상자로 KIA 이용규를 지목했다. 이용규 역시 동갑내기 친구다.

○강민호가 박석민에게
강민호

돼지야!(강민호는‘석민이 밥 먹는걸 보면 정말 깜짝 놀랄 정도다. 사람이 저렇게도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난 항상 석민이를 돼지라 부른다’고 설명했다) 네가 힘겨웠던 프로 초반 시절을 딛고 군대에 다녀온 뒤 삼성 중심타선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을 보고 친구로서 뿌듯하고 기분 좋았다.

진심으로 축하도 하고 싶고. 너랑 같이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뭔 줄 아니? 고등학교 3학년 때 같이 청소년대표팀에 뽑혔던 친구들과 성인대표팀에서 다시 만나 꼭 한번 함께 뛰어보고 싶어. 나도 열심히 할 테니까, 너도 열심히 해서 우리 다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는 같이 대표팀에 들어가자. 함께 우승도 하고. 알았지, 친구야?

○박석민이 강민호에게

민호야, 너는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가 됐구나. 난 아직 그렇질 못하네. 나도 더 노력해서 네 레벨에 오르고 싶다. 네 말대로 함께 태극마크 달고, WBC에서 뛰어보자꾸나. FA 되려면 몇 년 남았지? FA 돼서 같은 팀에서도 지내보자.

또 네가 우리 준현이 자전거 사준다고 한지 1년 넘었다. 자전거 안 사준다고 애가 보챈다. 약속 지켜라. 항상 밝은 친구의 모습 보니까 나도 무척 기분 좋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알았으니 10년이 넘었는데 한결같은 친구의 모습이 자랑스럽다.-팔꿈치 수술했다는 얘기 들었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재활이라는 게 쉽지 않잖아. 수술은 잘 된 거지? 궁금하다. 내년 시즌 초반부터 무리 없이 뛸 수 있는 거야?

“물론 신경 쓰이긴 하지만 팔꿈치는 재활훈련만 잘 하면 경기 나가는데 큰 문제가 없다. 사실은 손가락 수술 받은 게 더 걱정이야. 재활과정도 더 힘들고 해서 걱정이 많구나. 너도 잘 알잖아? 타자에게는 손가락이 무척 민감한 부위라는 걸. 그래서 아무래도 팔꿈치보다는 손가락이 더 신경 쓰인다. 하지만 열심히 재활해서 내년 시즌 개막전부터 뛰고 싶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항상 궁금한 건데, 이건 꼭 한번 묻고 싶었다. 하하. 삼성 선수들 중에는 석민이 너처럼 ‘촐싹거리는’ 선수가 없는데, 넌 항상 왜 그런 거야? 홈런 치고 하는 세리머니는 도대체 뭔지 궁금하다.

“특별한 세리머니는 없는데. 촐싹거린다고 하는데 내 원래 성격 잘 알잖아? 과묵하고 묵직한 남자라는 거, 하하. 야구장에서는 좀 즐겁게 하려고 하다보니 그렇게도 보이나 보다. 하지만 난 촐싹거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내가 삼성과 게임하러 대구에 가면 연락이 없으면서, 꼭 부산 올 때면 나한테 연락해서 밥 먹자고 하는 건 왜냐? 대구에 있을 땐 휴대폰이 안 터져?

“참 나, 내가 전화 안 받은 적이 어디 있니. 난 항상 너한테 밥 사줄 준비 돼있다. 부산 가서 회 먹고 했을 때도 내가 계산했잖아. 이거 완전히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미네. 연봉도 나보다 더 많이 받으면서 쩨쩨하게 구는 거야? 난 영세민이다.”

-너는 고등학교 때부터 참 방망이 잘 쳤잖아. 그 때나 지금이나 폼은 이상한데 말이야. 그 폼에 대한 네 생각은 어때? 밸런스 같은 건 문제 없어?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친 거야?

“내가 생각할 때 방망이를 잘 치는 건 아닌 것 같고, 공을 맞히는 재주는 좀 있는 것 같아. 방망이 치는데 폼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앞으로 좀 더 잘 치려면 힘에 의존한 스윙보다는 부드러운 스윙으로, 짧고 간결하게 바꿔야 될 것 같아. 그래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타격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사실 너는 아마 때 방망이를 그렇게 못쳤는데 지금은 많이 늘었어. 오히려 내가 궁금하다, 네가 그렇게 잘 치는 이유가. 참 소질이 없었는데, 하하. 진짜 대단하다.”

-내가 기억하는 박석민은 타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참 센스가 좋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도 그렇고 근래에는 지명타자나 1루를 주로 보던데, 내 생각에 너의 자리는 3루인 것 같다. 3루로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없어?

“지금까지 3루수를 해와서 3루수가 편해. 내년이면 스물여섯인데 지금 지명타자나 1루수로 가서는 발전이 없을 것 같구나. 지명타자나 1루수는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3루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

또 야구하면서 방망이보다는 수비나 공 던지는 걸 더 잘 한다고 생각해왔는데, 상무에 가서 공격력은 발전됐는데 2년간 수비훈련을 많이 못한 게 지금 좀 드러나는 것 같아. 수비는 연습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노력하면 더 좋은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거야.”

-지난번에 부산 왔을 때 우리 고기 먹으면서 맥주 한잔 했잖아. 그때 묻고 싶었는데, 얼굴 보면서 차마 말할 수 없어서 이제야 묻는다. 그런데 도대체 왜 밥 먹으면서 말도 안 되는 개그를 하는 거냐. 넌 개인적으로 그게 웃긴다고 생각해?

“하하. 구체적으로 어떤 개그를 말하는 거야. 그래도 내가 얘기하면 크게 웃어놓고…. 왜 이제 와서 딴소리 하는지 궁금하네. 내 개그는 하이 개그야. 내가 10개 정도 개그 치면 적어도 7∼8개는 걸려. 너도 나한테 배워 요긴하게 잘 써먹어라. 내 개그 중에선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몸 개그가 더 먹히는 것 같아. ㅋㅋㅋ. 관중도, 시청자도 다 웃잖아?”

-석민아 나도 ‘한 머리’ 하지만, 나는 너보다 키도 크고 덩치 있으니까, 상대적으로 부각이 덜 되잖아. 뭐라고? 아니라고? 넌 키도 작고, 옆으로 더 발달(?)돼 머리가 더 크게 보인다. 참, 그 머리로 파마는 왜 하냐? 더 커보인다. 인정하지?

“인정 못한다. KBO에서 머리 순위 매기라고 하면 강민호, (이)진영이 형, 양준혁 선배님, 우리 팀 이정식 선배님까지 나보다 커. 다 (머리 둘레가) 62cm 이상이지만 난 59cm밖에 안 돼. 그리고 파마는 말이야. 예전엔 몰랐는데 2주 전에 파마 했을 때 정말 머리 커보여서 바로 풀었다. 그래서 집사람이랑 약속했다. 이제 진짜 파마 안 한다. 너도 가급적 파마는 하지 마라.”삼성 박석민은?

▲생년월일=1985년 6월 22일 ▲학교=율하초∼경복중∼대구고 ▲키·몸무게=178cm·88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 입단 ▲2010년 연봉=1억500만원 ▲2010년 성적=112경기 356타수 108안타(타율 0.303·15위) 15홈런 64타점 58득점(출루율 0.440·2위)정리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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