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일과 삶]김정식 웅진캐피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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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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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쿠버다이빙은 ‘돈 벌어주는’ 취미죠”

1조 원이나 되는 돈을 ‘쥐락펴락’하는 남자, 불혹을 훌쩍 넘긴 45세이지만 미혼이면서 여전히 30대의 외모와 체력을 유지하는 남자, 재계 순위 30위권의 웅진그룹 내에서 촉망 받는 최고경영자(CEO)…. 여러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김정식 웅진캐피탈㈜ 대표이사는 일하지 않는 날에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해외에서 공직 생활을 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김 대표는 미국 브라운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국제금융정책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미국 최고의 투자은행으로 꼽히는 골드만삭스의 자산운용부서 아시아·동유럽 총책임 운용자를 지내는 등 일찍부터 월가에서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돈 버는 일이 취미”라고 해도 믿길 정도로 화려한 경력을 가진 김 대표의 진짜 취미는 스쿠버다이빙. 그는 “스쿠버다이빙은 돈 벌어주는 취미”라고 귀띔했다. 매일매일 엄청난 스트레스와 긴장 속에서 마음이 흐트러지면 잘못된 판단을 할 수도 있는데 스쿠버다이빙이 그것을 방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 태국에서 우연히 시작한 스쿠버다이빙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있는 김정식 웅진캐피탈 대표가 수많은 물고기 사이를 헤엄쳐 다니고 있다. 김 대표는 “바닷속 세상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일상에서 복잡했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웅진캐피탈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있는 김정식 웅진캐피탈 대표가 수많은 물고기 사이를 헤엄쳐 다니고 있다. 김 대표는 “바닷속 세상은 상상 그 이상”이라며 “일상에서 복잡했던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웅진캐피탈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김 대표는 테니스의 경우 태국에서 외국인학교를 다닐 때 학교 대표선수로 선발돼 전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이 좋다. 골프도 평균적으로 ‘싱글’을 기록할 정도로 수준급이다. 주말이나 휴가 기간을 이용해 해외로 골프를 치러 가기도 하는데 김 대표가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만난 것도 사실은 골프를 치기 위해 해외에 나갔을 때였다.

“태국으로 골프 치러 갔는데 장시간 비행 후 바로 시작하는 스케줄이다 보니 몸의 밸런스가 흐트러지고 집중력도 현저하게 떨어져 공이 잘 맞지 않았어요. 그날 골프는 완전히 망치고 일찌감치 호텔로 돌아와 쉬고 있는데 스쿠버다이빙 장비 매장이 우연히 눈에 들어왔습니다.”

호텔 안에 있던 매장은 당시 한 번도 스쿠버다이빙을 해보지 않은 초보자들을 위해 기초 교육을 한 뒤 곧바로 바다로 나가 스쿠버다이빙을 체험해 보게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당시 김 대표의 첫 스쿠버다이빙 체험은 사진으로 남아 지금도 김 대표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스쿠버다이빙에 빠졌다. 스쿠버다이빙은 ‘운동광’인 김 대표를 2년 동안이나 사로잡고 있다.

○ ‘인어공주’ 만화영화 같은 바닷속 풍경

김 대표는 인터뷰 도중에 스쿠버다이빙과의 첫 만남이 화제에 오르자 2년 전 처음 들어간 태국의 바닷속 풍경과 그날의 감동이 떠오르는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는 “처음 본 그 모습은 환상과 고요함이 결합한 형언할 수 없는 느낌”이라고 했다. 파란 배경 위에 온갖 색깔의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것은 화려함의 극치였고, 그렇게 화려하면서도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극도의 고요함이 묘하게 결합해 있다는 것. 김 대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에서 봤던 그 풍경이 실제 세상에 존재하는구나”라며 감탄했다고 했다.

환상적인 첫 경험 후 한국에 돌아온 김 대표는 곧바로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스쿠버다이빙이 자못 육중해 보이는 장비 때문에 배우기 쉽지 않고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며 “국내에도 여러 교육기관이 있어서 쉽게 배울 수 있으며 장비를 직접 구입하지 않는다면 30만∼50만 원이면 기본 교육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기본 교육은 4일 동안 교재를 통해 각종 이론을 공부하고 이어 5m 깊이의 풀장에서 스쿠버다이빙 기초를 실습하는 것으로 구성됐다. 김 대표는 기본 교육을 마친 뒤 2009년 초 필리핀에서 자격증 시험을 통과했다.

○ 머릿속을 한 번씩 백지 상태로 만들어

김 대표는 자격증을 딴 이후로는 주로 제주도와 강원도 지역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있다. 특히 강원도는 김 대표가 즐겨 찾는 지역. 이 지역 바다는 사실 초보자에게는 다소 위험할 수 있지만 스쿠버다이빙을 더 많이 즐기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바쁜 다이버에게는 좋은 곳이다. 스쿠버다이빙을 한 뒤에는 바닷속과 지상의 압력 차로 인체의 여러 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비행기까지 타게 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을 한 지 최소 10시간 이상 지나야 비행기를 탈 수 있다. 그런데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할 경우 10시간이 지난 뒤에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제약 때문에 일요일에는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없다는 것. 반면 강원도는 자동차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 내내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대표는 스쿠버다이빙의 가장 큰 매력을 묻는 질문에 “머릿속을 하얗게 비워 본 적 있느냐”는 질문으로 답했다. 김 대표처럼 수천억 원의 돈을 운용하는 사람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머릿속이 항상 복잡하고 긴장해 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골프장에 나가 드라이버 샷을 날리기 직전에도 딴생각이 날 정도란다. 하지만 바닷속에서만큼은 다르다는 것. 김 대표는 “바닷속에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며 “한 번 들어갔다 나오면 엉킨 실타래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스쿠버다이빙의 원칙은 자산운용 전문가들이 지켜야 할 원칙과도 비슷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 한 번의 사고는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최우선이다. 김 대표와 같은 자산운용가들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돈을 위탁받아 투자하기 때문에 항상 안전장치를 마련해 둬야 한다는 것.

김 대표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몰디브나 갈라파고스 주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것이 꿈이다. 물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웅진캐피탈의 성공이 먼저다. 웅진캐피탈은 내년을 목표로 1조 원 규모로 스마트폰 관련 분야의 투자 자금을 모을 계획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 김정식 대표이사는

―1965년 태국 출생

―1986년 미국 브라운대 졸업

―1991년 육군 장교로 전역

―1997년 미국 하버드대 국제금융정책학 박사 수료

―1997년 골드만삭스 아시아·동유럽 총책임 운용자

―2000년 오라이언퍼시픽투자 대표이사

―2006년 웅진캐피탈 대표이사(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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