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스테레오픽쳐스’ 美법인 대표 제임스 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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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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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전환 한국기술 본 순간 눈이 확 떠졌다”

스테레오픽쳐스의 미국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제임스 밀러 씨는 “어느새 가정의 거실에도 3차원(3D) TV를 들여놓는 시대가 된 만큼 앞으로 3D 영화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신성미 기자
스테레오픽쳐스의 미국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제임스 밀러 씨는 “어느새 가정의 거실에도 3차원(3D) TV를 들여놓는 시대가 된 만큼 앞으로 3D 영화산업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안=신성미 기자
워너브러더스 사장 출신… 작년 영입
“3D로 전환할 2D 영화들 무궁무진
전세계 미디어업계 판도 바꿀 것”


“눈이 확 뜨이는(eye-opening) 경험이었습니다. 미디어의 미래가 3차원(3D) 입체 영상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제임스 밀러 스테레오픽쳐스 미국법인 대표(67)는 3D 컨버팅(전환) 기술을 처음 접했을 때 가슴속으로 밀려오는 느낌을 이렇게 말했다. 2003년 설립된 스테레오픽쳐스는 2차원(2D) 영화를 3D 입체영상으로 변환하는 독자적인 컨버팅 기술로 할리우드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기업이다. 밀러 대표는 2009년부터 스테레오픽쳐스 미국법인을 이끌고 있다. 미국 영화계에서 30년 넘게 종사하며 워너브러더스 사장을 지낸 그가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국내 중소 정보기술(IT) 기업의 무엇을 보고 도전하기로 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밀러 대표는 22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남서울대 내 스테레오픽쳐스 연구소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믿는 것이 있으면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 것이 두렵지 않다”며 “3D가 단지 유행(fad)이 아니라 세계 미디어업계의 판도를 바꿀 핵심기술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이 분야의 선두기업으로부터 함께 일하자는 제안이 왔을 때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스테레오픽쳐스의 성영석 대표는 “미국 영화산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인맥 등 네트워킹이 가장 중요한데 밀러 대표는 수십 년 영화계에 종사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적임자로 여겨 영입했다”고 말했다.

밀러 대표는 5월 12, 1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서울디지털포럼에서 ‘3D 임팩트: 또 하나의 세상을 깨우다’라는 주제의 연사로 나선다. 이날도 그는 인터뷰가 있기 바로 전까지 미국 인텔 캐피털 부사장 일행과 기술투자 문제를 협의하던 중이었다.

―영화사에서 배급과 재무업무를 주로 담당했는데 갑자기 3D 컨버팅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5년부터 알고 지낸 스테레오픽쳐스의 성필문 회장이 2008년 3D 컨버팅 영상을 보여줬다. 3D 방식으로 제작한 영상과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업계에 종사하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보여줬는데 ‘최고의 작품(best work)’이라고 했다. 어떻게 3D에 뛰어들 욕심이 나지 않겠느냐.”

― 3D 컨버팅 기술의 성장성을 어떻게 보는가.

“3D 방식으로 영화를 제작하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든다. 3D로 제작하는 것보다 2D로 제작해서 3D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적일 뿐만 아니라 시간도 적게 든다. 스테레오픽쳐스의 ‘영상 변환 방법 및 장치’ 기술은 20일 미국 영국 일본 인도 등 세계 142개국이 가입한 국제특허협력조약(PCT)으로부터 특허출원을 받았다. 한국기업이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3D 기술력을 가진 것이다.”

―미국에서 3D에 대한 관심은 어느 정도인가.

“2000년대 중반부터 픽사, 드림웍스 같은 미국 영화사가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지만 대중의 관심은 적었다. 2009년 12월 17일 세계에서 동시 개봉한 ‘아바타’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입체영상이 무엇인지 실제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소극적이었던 극장들도 3D 스크린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 가정에서도 볼 수 있는 3D TV 판매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 미국 극장 티켓 판매의 33%는 3D 영화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D에서 3D로 전환하려는 할리우드 영화사의 수요는 많은가.

“2D로 제작한 뒤 3D로 전환해서 개봉하는 영화가 늘고 있다. 영화사들은 이전 영화들을 ‘라이브러리’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 영화사들은 이 중 상당수를 3D로 전환하려 하고 있다. 생각해봐라. ‘매트릭스’ ‘해리포터’처럼 대중의 사랑을 받은 영화가 3D로 전환되면 얼마나 더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겠는가. 시장은 무궁무진하다.”

―‘아바타’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감독을 잘 아는가.

“개인적으로 모르지만 그의 열렬한 팬이다. 그가 2D로 만든 ‘타이타닉’을 3D로 컨버팅하는 작업을 스테레오픽쳐스가 맡았으면 좋겠다.”

밀러 대표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서울을 거쳐 천안까지 15, 16시간 동안 설레는 기분으로 올 때가 많다”며 “한국은 3D 분야에서 충분한 기술력을 갖춘 나라이며 해외시장에서 3D 기술력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천안=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제임스 밀러:

― 1943년 미국 뉴욕 출생
― 시러큐스대 경제학과, 세인트존스대 로스쿨 졸업
― 영화제작사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입사
― 워너브러더스 세계영화사업 총괄사장
― 영화제작사 벨 에어 엔터테인먼트 회장
― 와일드 브레인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
― 현재 스테레오픽쳐스 미국법인 대표

■ 스테레오픽쳐스의 기술
2D영상을 자유자재로 3D 전환… 할리우드 주문 쇄도

3차원(3D) 입체영화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영화 ‘아바타’에 일부 사용된 ‘실사(實寫)’는 사람의 왼쪽 눈과 오른쪽 눈에 해당하는 두 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서로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뒤 두 영상을 합치는 방식이다. 실사 방식은 기술적 제약이 많고 비용도 많이 든다. ‘컴퓨터그래픽(CG) 렌더링’ 방식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지만 CG가 아닌 실사 영상을 3D로 전환할 수는 없다. 주로 애니메이션의 3D 작업에 쓰인다.

‘3D 컨버팅’ 방식은 만화든 실사 영상이든 이미 만들어진 모든 종류의 2D 영상을 입체화할 수 있다. 기존 영상에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또 하나의 영상을 추가로 만든 뒤 합치는 방식이다. 스테레오픽쳐스는 3D 컨버팅 독자 기술을 가진 한국기업이다. 성영석 스테레오픽쳐스 대표는 “2008년 9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16개월간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의 3D 컨버팅 입찰 테스트에 12번 참여해 7, 8개 경쟁사를 제치고 모두 1등을 했다”고 말했다. 올해는 워너브러더스의 영화 ‘캣츠 앤 독스 2: 키티 갤로어의 복수’를 비롯해 할리우드 영화 11편의 컨버팅을 주문받았다.

최근 3D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 세계 영화사와 방송사 등으로부터 일감이 밀려들어 지난해 말 50여 명이던 직원을 현재 600여 명으로 충원했고 연말까지 31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직산읍 충남테크노파크 안에 있는 이 회사 작업장에서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천안=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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