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의 위대한 세계’전]해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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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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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 사이가 지척인 것을

(리넨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잉크·182.9X203.5cm·1976년)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리넨에 아크릴과 실크스크린 잉크·182.9X203.5cm·1976년) ⓒThe Andy Warhol Foundation for the Visual Arts, Inc.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

1968년 6월 3일 앤디 워홀은 이 말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날 그는 자신의 영화에 출연했던 과격한 페미니스트 밸러리 솔래너스가 쏜 총에 맞아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다. 범행 동기를 “영화에서 여성을 폄하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솔래너스는 정신이상으로 진단받는다.

이는 워홀의 삶과 예술을 뒤흔든 사건이다. 부상 후유증 때문에 평생 코르셋을 착용해야 했고, 솔래너스가 암살을 재시도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수집벽도 심각해졌다. 작업에 있어선 회화와 실크스크린 작품에 다시 집중했고, 대중적 세속적 이미지와 더불어 죽음과 같은 심각한 주제도 파고들었다.

죽음의 상징을 소재로 한 1970년대 해골 시리즈는 이때 탄생했다. 그는 실제 해골을 구입해 사진을 찍게 한 뒤 드로잉과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그림자와 구성적 형태가 드러나도록 추상화했다. 이 작품을 감상할 때는 해골의 그림자 부분을 유심히 살펴볼 것. 그 속에서 갓난아기의 옆얼굴이 드러난다. 삶과 죽음이 한 고리로 이어져 있음을 일깨워주는 듯하다.

“나는 죽으면 어떤 잔재도 남기고 싶지 않고, 스스로도 어떤 잔재가 되고 싶지 않다. 나라는 기계가 완전히 사라졌으면 좋겠다.”(워홀)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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