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을 만나다] 뷔페 가면 15접시 기본…‘식신’ 김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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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28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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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야구판의 대식가들

야구선수들은 육체적 운동을 하다보니 먹성이 남다르다. 최근에는 체중조절이나 몸관리를 위해 식단 하나에도 세심하게 신경을 쓰지만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음껏 먹을 경우 일반인은 도저히 흉내 내기 힘들 만큼 많이 먹는 선수들이 있다. ‘달인을 만나다’ 3번째 코너로 야구계의 ‘위대한 대식가’들을 만나본다.

“라면에는 약한데…3개밖에 못먹어요”


○뷔페 15접시는 기본, 왕중왕 김태군

현역선수 중 LG 3년생 포수 김태군(21)은 자타공인 최고의 대식가. 전 구단을 통틀어도 왕중왕이다. 요즘에도 뷔페에 가면 기본 15접시를 먹는다고 하니 전국의 뷔페집은 그를 블랙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김태군은 자신이 대식가가 된 계기를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는 외가가 쌀집이어서 어릴 때부터 남달리 많이 먹었다는 것. 그는 “어머니가 항상 밥은 푸짐하게 차려줬다. 어린 나이에도 밥그릇이 아닌 국그릇에 밥을 먹기 시작했다”면서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뷔페를 갔는데 중학생이 10접시를 먹으니까 어른들도 다 놀라더라. 그때 내가 많이 먹는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웃었다. 두 번째는 고교시절 밥을 먹을 땐 선배들이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 끝까지 남아 계속 밥을 먹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프로 입단 후. 키 182cm에 몸무게 88kg의 듬직한 체격이지만 주위에서 “포수치고는 체격이 왜소하다”는 말이 나와 또 식사량을 늘렸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나도 약한 게 있다. 라면은 3개밖에 못 먹는다”고 주장했다. 보통 고기 10인분에 공기밥 2개는 먹어야 “좀 먹은 것 같다”고 말하는 김태군. 그는 “살면서 가장 힘들 때는 소개팅 할 때다”라고 말했다. “초면에 허겁지겁 먹을 수도 없고, 여자가 놀랄까봐 양도 보통 사람이 먹는 만큼만 먹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면서 “얘기가 길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자는 안중에도 없고 밥 생각만 난다”고 했다. 그는 “야구를 잘 해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 이유는? “먹고 싶은 것 마음껏 먹을 수 있으니까.”

김현수 “맛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이죠?”

○김현수, 방망이 소질 못지않은 먹성

두산 김현수도 대식가다. 절친한 이원석의 증언에 따르면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 현수처럼 많이 먹는 애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롯데에서는 이대호가 덩치만큼이나 많이 먹는 스타일지만 송승준은 숨겨진 대식가. 그런데 롯데 출신 이원석의 말을 들어보면 김현수는 양 구단을 통틀어서 넘버원이다. 최승환은 “현수는 아침부터 밥을 두 그릇 먹는 선수”라고 제보했다. 이에 대해 김현수는 “아침부터 두 그릇 얘기는 억울하다”면서도 “정말 많이 먹는 건 맞다”고 인정했다. 몇 인분 기준이 아니라 배가 찰 때까지 먹는 스타일. 김현수는 “난 음식이 맛없다는 의미를 잘 모르겠다. 중·고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잘 먹었다. 당시 부모님이 잘 먹어서 좋아하셨지만 다른 집 가서는 그렇게 먹지 말라고 하시더라. 누가 보면 집에서 안 먹인 줄 안다고 충고하셨다”며 웃었다. 최준석은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어서 대식가 스타일은 아니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김동주는 “걔는 남들 안 보는 데서 많이 먹는다”고 귀띔.

강귀태 ‘고기5인분+냉면2그릇+공기밥’


○‘밥통’ 채병용도 놀란 ‘식신’ 모창민

SK에서는 창단 후 채병용이 독보적 존재였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밥 12공기 정도 먹었다. 아예 밥통째 끌어안고 먹어서 내 별명이 밥통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최근 체중관리 때문에 피자도 2조각 이상 먹지 않는 소식가(?)로 변한 그는 그러면서 “이젠 모창민을 따라갈 수 없다. 내 별명이 밥통이면 모창민 별명은 식신이다”라며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히어로즈에서는 포수 강귀태가 압권이다. 프로 데뷔 후 주식이 아닌 간식으로 라면 5개를 먹어 화제를 모은 인물. 지금은 식사량을 조절하는데 그 양도 만만찮다. 고기 4∼5인분을 먹은 뒤 입가심으로 비빔냉면 한 그릇을 뚝딱한다. 이어 된장찌개와 공기밥으로 배를 채운 뒤 깔끔한 물냉면으로 위대한 식사를 마무리한다. 선배들은 “방망이는 슬럼프가 있어도 먹성에는 슬럼프가 없다”며 놀리고 있다.

이계성, 숙소 밥통 청소후 ‘감자탕 입가심’

○삼성은 전설의 고향?

삼성에는 박석민이 끊임없는 식욕을 자랑하지만 최근에는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 그러나 전설적인 인물은 많다. 대표적인 선수가 이승엽이다. 삼성 시절 일화. 경기 전 짬뽕 한 그릇을 비운 뒤 경기 후 국수와 김밥, 과일 등으로 저녁식사를 했다. 그리고 원정경기를 위해 구단버스편으로 이동하다 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을 비웠다. 숙소 호텔에 도착한 뒤 짬뽕 한 그릇을 먹은 뒤 자장면 추가. 그것도 공기밥을 곁들였다. 그런데 군만두가 먹고 싶다고 해 구단 관계자들이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김제동의 고향집에 들렀을 때 그가 먹는 모습을 본 김제동의 어머니가 “소는 키워도 저놈은 못 키우겠다”고 말한 것은 유명하다. 그런데 집을 나와 10분쯤 걷다가 “형, 출출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어 김제동이 기절할 뻔했다는 얘기도 있다.

정현욱은 어린 시절 별명이 ‘경산의 하이에나’였다. 당시 단짝 대식가는 이계성(현 KBO 심판위원). 하루는 숙소 식당의 남은 밥까지 모두 해치웠지만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밖으로 나가 감자탕 한 솥을 비우기도 했다. 그런데 숙소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구단 관계자는 나자빠졌다. 손에 빵이 들려져 있었기 때문. 당시 삼성 내부에서는 “아무래도 식비가 많이 드니 둘 중 한명은 트레이드해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 그 때문은 아니지만 2001년 삼성이 마해영을 영입할 때 이계성은 김주찬과 롯데로 트레이드됐다.

김응룡 사장도 젊었을 때는 대식가로 전설을 남긴 인물. 김 사장은 “못 먹고 살던 시절인데 누가 고기 사준다고 하면 많이 먹었지”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오랜 친구인 박영길 실업연맹회장은 “불고기 한 접시가 4인분인데 김 사장은 당시 혼자서 세 접시를 거뜬히 먹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건강 때문에 육식을 피하지만 감독 시절까지만 해도 그는 고기를 먹을 때 가위로 자르기도 전에 젓가락으로 고깃덩어리를 쑥 훑어서 입에 넣곤 했다. 물론 요즘에는 이들 모두 식사량이 대폭 줄었다. 옛날 얘기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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