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의대 수석졸업생, 서울대 로스쿨 진학

  • 입력 2009년 2월 1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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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헌 씨 “몸의 질병 아닌 사회 병리 치료하고 싶어”

올해 연세대 의대 수석 졸업생은 최지헌 씨(26·사진). 전체 132명 중 수석 졸업의 영예를 안았지만 인턴 과정을 지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지원해 합격했고 3월 입학한다.

의대 수석 졸업은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서 많은 것이 보장된다. 그러나 최 씨는 임상 의사를 포기하고 로스쿨을 택했다. 드문 일이다.

최 씨가 법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예과 2학년이었던 2004년 세브란스 국제진료소의 인요한(존 린튼) 교수를 만나면서부터. ‘내 고향은 전라도, 내 영혼은 한국인’이라는 책을 쓴 그 인 교수다. 그는 인 교수로부터 차비가 없어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구급차를 직접 만들고, 열악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의료지원 사업을 벌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 씨는 “이때부터 몸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아니라 사회의 병리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그러기 위해 법률을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 후 최 씨는 2006∼2008년 전우택 의학교육과 교수와 이경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의 도움으로 방학 기간 동안 법무법인에서 실무를 익혔다.

최 씨는 “나중에 의료전문 변호사가 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의료전문 변호사는 의료소송을 ‘주업(主業)’으로 한다.

최 씨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의·과학과 관련된 인권 문제다. 이 분야는 의료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으면 피해를 입어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인권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그는 “특히 최근 들어 다국적 제약업체의 약품 생산과 판매에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해결은 멀다”고 지적했다.

“저를 보고 의사를 포기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새로운 개념의 의사’일 뿐이죠. 다른 동기들이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임상 의사의 길을 택했다면 저는 사회적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법학을 택한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연히 의사인 셈이죠.”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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