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상렬의 폭주는 15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은 LG 윤찬. 93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었다. 장소도 같은 잠실구장. LG가 2-3으로 뒤진 9회말, 우전안타를 친 김영직 대신 대주자로 들어간 윤찬은 최훈재의 우익수플라이 때 2루와 3루를 돈 뒤 홈에 만세까지 부르며 들어왔다. 당시 이종도 3루코치가 손을 들며 ‘돌아가라’라는 사인을 냈지만 ‘계속 달리라’는 사인을 줄 알고 ‘폭주 기관차’처럼 달린 웃지 못할 해프닝이었다. 풍선껌을 얼굴 크기만큼 부는 것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윤찬, 그러나 LG 덕아웃은 터진 풍선껌 만큼이나 기운이 빠지고 말았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지나친 의욕 때문에 이런 황당한 플레이도 나오게 마련. 이것이 가을잔치만의 또다른 묘미인지도 모른다.
잠실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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