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림장은 이 선생의 부친인 월헌 이보림(月軒 李普林·1902∼1972) 선생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경남 김해시 장유면 관동리 덕정마을의 월봉서원(月峰書院) 앞에서 열린 발인제로 시작됐다.
상여와 200여 개의 만장으로 이뤄진 장례 행렬의 선두는 방상씨(方相氏) 탈을 쓴 사람이 이끌었다. 이도열(61) 고성 탈박물관 명예관장이 만든 이 탈은 조선시대 사대부 장례에서 악귀를 쫓는 역할을 했다.
장례 행렬은 월봉서원을 출발해 장지인 장유면 반룡산 선산까지 2km가량 이어졌으며 운구 중간에 장유면 하촌마을 입구, 고인의 선영에 있는 화산정사(華山精舍) 밑에서 두 번의 노제가 진행돼 고인의 넋을 기렸다.
하관 의식은 만장과 32명의 상두꾼이 멘 상여가 장지에 도착하고 방상씨 탈을 쓴 사람이 묘지의 귀퉁이를 창으로 찔러 보며 악귀를 쫓은 뒤 진행됐다. 혼령을 신주(神主)로 옮길 때 행하는 제주제(題主祭)와 산신에게 고인을 잘 보살펴 달라는 의미의 산신제(山神祭)도 열렸다.
임용순(76) 호상(護喪·장례위원장)은 “이번 장례식은 조선시대 500년 동안 선대에서 내려온 전통 의식을 이어받아 초상이 난 달을 넘겨 장례를 치르는 유월장(踰月葬)으로서의 의미가 크다”며 “이우섭 선생은 율곡 이이, 우암 송시열 선생의 학맥을 이어받아 성리학 등 다방면에서 많은 후학을 길러낸 학문과 덕망이 높은 유학자였다”고 애도했다.
이우섭 선생은 평생 고향에서 월봉서당을 지키면서 한학을 가르치고 ‘화재문집(華齋文集·전 27권)’ 등 40여 권의 방대한 저술을 남겼다.
김해=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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