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언-김숨 씨 “우리 2세 계획요? 단편 하나, 장편 하나”

  • 입력 2006년 10월 2일 03시 02분


코멘트
김도언(34·왼쪽) 씨와 김숨(32·오른쪽) 씨는 오랜 문우다. 대학 시절 문예서클 선후배로 만났고 함께 습작을 했다. 소설가가 되고선 부부의 연을 맺었다.

두 사람이 나란히 책을 냈다. 숨 씨는 첫 장편 ‘백치들’(랜덤하우스), 도언 씨는 두 번째 소설집 ‘악취미들’(문학동네)을 출간했다. 27일 만난 두 사람에게 “둘이 짠 거 아니에요?”라고 짓궂은 질문부터 했다. 부부는 웃으면서 손사래를 쳤다.

‘백치들’은 1970년대 중동에서 산업 역군으로 일하다 귀국한 아버지와 이웃 남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돈 가방을 들고 영웅처럼 돌아온 이들은 언제부턴가 할 일 없이 모여앉아 시간을 보낸다.

서로의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도언 씨가 먼저 답했다. “숨 씨의 소설은 자전적인 이야기입니다. 부친이 돈을 벌기 위해 중동에 다녀오셨어요. 유년 시절 경험한 아버지의 빈자리가 문학적인 에너지가 됐던 것이죠.”

이에 대해 숨 씨가 화답했다. “어쩌면 백치처럼 보였던 우리 아버지들로 인해 오늘날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요. 그분들의 생애에서 반짝했던 한순간을 찾아내서 닦아 주고 싶었어요.”

‘악취미들’에는 제정신이 아닌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편, 군복무 중 사령관에게 성폭행 당했던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한 청년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나온다. 현대인의 심리적 불구 상태에 대한 극단적인 상징이다. 숨 씨는 “광기에 차 있고 자아가 강한 인물을 만들어 내면서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따라 읽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도언 씨도 “기성사회와 불화하는 이들이 존재 증명을 하려는 모습을 묘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은 “지방에서 학교를 나왔고, 문예창작과 출신도 아니고, 선배 소설가에게 배운 것도 아니어서 중앙 문단에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신작에는 이렇게 마음고생을 하면서 곰삭은 성찰이 행간에 스며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두 사람은 “(도언 씨처럼) 단편집 하나 더 내고 싶어요” “(숨 씨처럼) 첫 장편 내고 싶어요”라면서 웃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