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中마오우쑤 사막에 숲 만든 인위전-바이완샹 부부

  • 입력 2006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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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모래사막에 살다가 첫 해외여행으로 한국에 온 인위전(오른쪽) 바이완샹 씨 부부. “네이멍구의 모래들이 많은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무를 더 많이 심어 한국분들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허브넷
중국 네이멍구 자치구의 모래사막에 살다가 첫 해외여행으로 한국에 온 인위전(오른쪽) 바이완샹 씨 부부. “네이멍구의 모래들이 많은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무를 더 많이 심어 한국분들을 보호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허브넷
인위전, 바이완샹 씨 부부가 사막에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심은 뒤 양동이로 물을 주고 있다. 1년간 꾸준히 물을 주면 묘목은 사막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생존하게 된다. 사진 제공 허브넷
인위전, 바이완샹 씨 부부가 사막에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심은 뒤 양동이로 물을 주고 있다. 1년간 꾸준히 물을 주면 묘목은 사막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생존하게 된다. 사진 제공 허브넷
부부가 사막에 남기고 간 발자국에서는 풀씨가 싹을 틔우고, 나무가 자란다. 그 발자국은 사막에 새소리를 불러왔고, 물을 머금게 했으며, 숲을 흔드는 바람소리를 가져왔다.

황사의 진원지이자 움직이는 모래언덕으로 유명한 중국 네이멍구 자치주 마오우쑤(毛烏素) 사막의 징베이탕(井背塘). 20년 전만 해도 단 한 가구만 살던 이곳엔 지금 80여 호가 모여 살고 있다. 사막이 숲이 되기까지는 20년간 정부의 지원 한 푼 없이 나무를 심어 온 인위전(殷玉眞·41·여) 바이완샹(百萬祥·42) 씨 부부의 땀 흘린 수고가 있었다. 부부는 최근 ‘그린 피플’이란 주제로 경기 안성시 죽산에서 열린 ‘제12회 죽산예술제’에 초청받아 내한했다. 평생 처음 나선 해외여행 길이었다.

죽산예술제에 참가한 인 씨는 방명록에 이름을 써달라고 하자 “글씨를 모른다”며 소박하게 웃었다. 그러나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무대에 나선 그녀는 누구보다 절절하고 당당한 언어로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네이멍구의 모래가 한국 사람들에게 피해를 많이 줘서 죄송합니다. 이 모래들을 그대로 놔두면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거라고 느꼈어요.”

인위전, 바이완샹 씨 부부가 사막에 구덩이를 파고 묘목을 심은 뒤 양동이로 물을 주고 있다. 1년간 꾸준히 물을 주면 묘목은 사막에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생존하게 된다. 사진 제공 허브넷

인 씨가 고향 산시(陝西) 성을 떠나 마오우쑤 사막으로 시집간 것은 스무 살이 되던 해인 1985년이었다. 양 떼를 방목하던 아버지가 바이 씨의 부모에게 딸을 주기로 약조해 결혼을 시킨 것이었다. 시집간 지 40일 만에 처음으로 사람 구경을 할 정도로 외진 곳. 부부는 사막의 모래 바람을 피해 토굴집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곳에 살면 나도 사막 모래에 묻힐 것 같았어요. 나를 이런 곳에 시집보낸 부모님을 원망하며 날마다 울었어요. 몇 번이고 짐을 싸서 떠나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모래언덕 위에서 울고 있는 남편을 보며 차마 떠날 수 없었어요.”

짐을 싸서 고향에 돌아갔던 인 씨는 고향 산시 성의 식목업자에게서 나무 키우는 법을 배워 와서는 사막에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 그는 “내가 살기 위해서, 그리고 태어날 아이들이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남편 바이 씨는 인근 마을에 가서 노동일을 해 번 돈으로 풀씨와 묘목을 사 왔다. 인 씨는 풀씨를 한 움큼씩 모래언덕에 심었다. 사막에 뿌려진 풀씨는 운이 좋아 새가 먹지 않으면 여름 내내 통틀어 6mm가량 내리는 비나 겨울에 내리는 눈의 수분으로 싹이 텄다. 풀이 자라기 시작하면 바람을 피해 모래언덕과 언덕 사이의 계곡에 양쑤라고 불리는 백양나무와 버드나무를 심었다. 묘목은 1년 동안 인 씨 부부가 양동이로 물을 길어다 주면 뿌리를 내렸다. 낮에 물을 주면 빨리 증발하기 때문에 부부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3∼4시까지 나무에 물을 줬다. 물을 줘야 할 땅이 수십 km에 이르기 때문에 부부는 밤에 물을 주다가 피곤해 사막에서 잠든 적도 많았다.

“날마다 19km나 떨어진 묘목장에 가서 묘목과 풀씨를 노새의 등에 싣고 왔어요. 모래 바람이 거셀 때는 낮에도 컴컴할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모래에 엎어진 채 노새의 꼬리만 잡고 수km를 질질 끌려가다시피 해서 집으로 돌아온 적도 많지요.”(바이 씨)

20년간 부부가 사막을 숲으로 만든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약 10배에 이른다. 낙엽이 떨어진 사막에는 점차 흙이 생기기 시작했다. 풀이 자라는 땅에는 양떼를 방목했다. 모래 바람을 피해 토굴에서 짐승처럼 생활하던 부부는 20년이 넘게 자란 나무를 베어 통나무로 집을 지었다. 그리고 5000평의 밭을 일궈 옥수수와 콩, 수박, 참외 농사도 짓고 토끼와 닭도 키운다.

이곳의 지명인 징베이탕은 ‘보배로운 우물이 있던 곳’이라는 뜻. 원래는 초원이었던 땅이 급속도로 사막화한 것이었다. 중국 정부는 사막을 녹지로 만든 부부에게 2001년 ‘치사(治沙)영웅’ ‘노동모범’ 칭호를 내렸다. 또 사막에 우물을 파 주었고, 직접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는 부부를 위해 수차가 지나다닐 수 있도록 도로를 만들고, 트랙터도 제공했다. 인 씨 부부가 녹지화한 땅에는 ‘사막녹색생태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남 1녀를 둔 인 씨는 큰아들을 임신한 상태에서도 나무에 물을 주러 다니다가 8개월 만에 출산했다. 그 아들의 이름은 궈린(國林)이다. 21년 동안 나무를 심은 인 씨의 얼굴은 검게 그을렸고, 팔뚝은 노새의 다리처럼 두꺼워졌다. 그러나 그녀의 강연은 듣는 이로 하여금 나는 평생 무엇에 헌신하며 살아왔는지를 돌아보게 했다.

“정성만 들이면 바위에도 꽃이 피듯이, 사막도 숲으로 변할 수 있어요. 한국의 도시인 중에 농촌의 생태적 생활을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분들 중 한 분이라도 네이멍구로 와서 함께 나무를 심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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