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쟁이 말 듣고 버린 아이 주한미군 되어 23년만에 생모 상봉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코멘트
23년 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주한미군이 돼 생모와 상봉한 페이스 베스케즈 하사(가운데)와 한국의 두 언니. 사진 제공 성조지 인터넷판
23년 전 미국인 가정에 입양됐다 주한미군이 돼 생모와 상봉한 페이스 베스케즈 하사(가운데)와 한국의 두 언니. 사진 제공 성조지 인터넷판
23년 전 남아 선호사상 때문에 할머니에 의해 미국인 가정에 강제 입양됐던 여자 어린이가 주한미군이 되어 친부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5일 미군 전문지인 ‘성조(stars and stripes)’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시 캠프케이시 미군기지에서 근무 중인 페이스 베스케즈(23) 하사는 최근 생모인 박모(51·대구) 씨를 비롯해 두 언니, 남동생과 23년 만에 상봉했다.

현재 미군방송(AFKN) 캠프케이시 파견대에서 기자 겸 프로듀서로 복무 중인 베스케즈 하사는 생후 4개월 만에 미국인 가정에 입양돼 고교를 졸업한 뒤 18세 때 미 육군에 입대했다.

해군 출신인 미국인 양아버지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베스케즈 하사는 자신의 출생과 입양과정을 알기 위해 수소문하다 몇 년 전 주한미군에 배치됐고 여러 입양기관에 연락한 끝에 마침내 한국의 가족들과 재회할 수 있었다.

그녀의 입양 사연은 기구했다. 당시 두 딸을 둔 어머니 박 씨는 잉태한 아이가 또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손자를 보길 원했던 시어머니는 한 점쟁이에게서 손자를 보려면 셋째 딸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

이에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딸을 낳자마자 병원을 통해 입양기관으로 보낸 뒤 며느리에게는 아기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3년 뒤 박 씨는 아들을 낳았다.

생모인 박 씨는 “딸을 예쁘게 키워 준 양부모에게 감사한다”며 “이제는 여한이 없으며 시어머니를 용서했다. 다시는 내 딸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고 성조는 전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