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크로아티아 축구 누가이길까‘ 오즈 메이커’에 물어봐?

  • 입력 2006년 1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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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오즈 메이커 3인방인 스포츠토토의 심종호 팀장과 이원채, 이일호 씨(왼쪽부터). 이들은 “무수한 정보의 바다를 헤엄 치며 배당률을 산정하는 두뇌 싸움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즐겁고 짜릿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제공 스포츠토토
국내 최초의 오즈 메이커 3인방인 스포츠토토의 심종호 팀장과 이원채, 이일호 씨(왼쪽부터). 이들은 “무수한 정보의 바다를 헤엄 치며 배당률을 산정하는 두뇌 싸움이 쉽지는 않지만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것이 즐겁고 짜릿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진 제공 스포츠토토
《이원채(李元采·29) 씨의 직업은 ‘오즈 메이커(Odds Maker)’다. 오즈의 마법사가 퍼뜩 연상되는 이 낯선 단어는 ‘배당률을 정하는 사람’이란 뜻. 아직 국내에는 3명밖에 없는 스포츠 베팅 전문가를 말한다. 체육진흥투표권 수탁사업자인 스포츠토토는 2월 말부터 국내에선 처음으로 고정 배당률 게임을 출시한다. 이를 위해 2004년 12월 오즈 메이커를 채용하고 1년여 동안 시범 운용을 해 왔다. 21세기 첨단 신종 직업인 오즈 메이커의 세계를 살펴본다.》

▽배당률의 마법사=기존의 토토는 경기 결과나 점수를 가지고 고객들이 돈을 건 비율에 따라 배당률이 자동 결정된다. 즉 하나의 파이를 여러 사람이 나눠 먹는 ‘고객 간의 경쟁’.

그러나 고정 배당률 게임은 발매 회사가 미리 배당률을 정해 놓는다. 29일 열리는 한국-크로아티아 전에 한국이 이기면 3배, 무승부면 4배, 지면 2.5배 식으로 배당률을 미리 고정해 놓고 판매하는 것. 게임 참가자가 결과를 많이 맞힐수록 회사가 손해를 보기 때문에 ‘회사와 고객 간의 경쟁’인 셈이다. 게임 방식이 쉬워 유럽에서는 고정 배당률 게임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많은 팬의 참여를 유도하면서 회사가 적정 수익을 올리도록 절묘하게 배당률을 정하는 게 오즈 메이커의 임무이자 능력이다.

▽배당률은 어떻게 정하나=오즈 메이커는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배당률을 산정한다.

뭐니 뭐니 해도 기본은 전력 분석. 하지만 이원채 씨는 “전력 분석은 2만5000분의 1 지도처럼 기본적인 방향만 알려줄 뿐”이라고 말한다. 경기는 전력뿐 아니라 팀의 사기, 선수들의 부상 등 돌발 상황, 그날의 분위기 등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경기 자체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팬들의 베팅 성향도 파악해야 한다.

팬들은 자신의 팀이 이기기를 바라기 때문에 베팅도 그쪽으로 몰리게 된다. 예를 들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우 국내 팬들의 베팅 성향은 2005년 7월 박지성의 입단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졌다.

이 씨는 2005년 4월 이탈리아의 오즈 메이커에게서 급한 전화를 받았다. 교황이 서거했으니 다음 주 이탈리아 리그는 모두 취소될 것이라는 것. 이처럼 축구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무수히 많기 때문에 촉각을 항상 민감하게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오즈 메이커가 되려면=무엇보다 스포츠를 좋아해야 한다. 스포츠에 대한 애정 없이는 밤잠 설치며 경기를 보고 분석하는 일 자체가 곤욕이다. 수학과 통계를 이용한 분석 능력도 필요하다. 해외 정보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외국어 능력도 필수다.

이 씨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양자역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출신이면서 스포츠 전문지에서 2년간 야구기자로 활동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 다른 오즈 메이커인 심종호 팀장은 경영학 석사이며 미국프로농구(NBA) 마니아, 이일호 씨는 방송국에서 유럽축구 해설을 하며 스포츠마케팅 업계에서 일했다.

스포츠 베팅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직업의 전망은 밝다. 홍진호 스포츠토토 홍보팀장은 “고정 배당률 게임을 시행하면서 인력을 계속 확충해 나갈 계획”이라며 “운용성과에 따라 억대 연봉까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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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오즈 메이커(Odds Maker)::

스포츠 베팅 업체에서 베팅 대상 경기를 정하고, 경기 결과에 대한 배당률을 산정하는 일을 한다. 스포츠 베팅 시장 규모가 큰 유럽에서는 오즈 메이커가 정하는 배당률에 따라 움직이는 돈이 수십억에서 수백억 원에 이르며 증권회사의 펀드 매니저급 대우를 받는다. 미국에는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정치 오즈 메이커’도 있다. 대통령 선거, 의회, 지방 선거 등에서 90% 이상의 높은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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