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는 박헌영의 아들인 원경(圓鏡·63) 스님의 생모다.
충북 영동군 포수 집안 출신인 정 씨는 18세 때인 1939년 공산주의 운동을 하던 당숙과 막역한 사이인 박헌영을 만났다.
정 씨는 청주 서울 인천 등을 돌아다니며 박헌영의 뒷바라지를 했으며 1941년 아들(원경 스님)을 낳았다. 그러나 곧 박헌영은 지하로 잠적했고 이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정 씨는 아들을 시어머니 손에 맡겨 생이별하고 1944년 재가했으나 역시 공산주의자였던 두 번째 남편도 6·25전쟁 중 사망했다. 정 씨는 아들인 원경 스님과 1963년 충남 예산 수덕사에서 재회한 뒤 전국 곳곳의 사찰에서 지내 왔다.
원경 스님은 “어머니는 헤어질 때까지 아버지 이름을 남들이 ‘이정’이라고 부르니까 이(李)씨인 줄로만 알았다”며 “당시에는 독립운동을 하는 줄로만 알았다가 광복 이후에야 공산주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예산 출신의 박헌영은 1925년 조선공산당을 창당했으며 광복 후 북한에서 부총리 겸 외상을 지냈으나 김일성에 의해 ‘미제의 간첩’으로 몰려 1955년 12월 15일 사형선고를 받고 이듬해 7월 총살됐다.
원경 스님은 “아버님의 사형선고일과 어머님이 돌아가신 날이 공교롭게 일치한다”며 “비련하고 기구한 삶은 훌훌 털어 버리고 좋은 데로 가시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빈소는 경기 평택시 진위면 동천리 만기사. 발인은 17일 오전 8시. 031-664-7336
평택=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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