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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숨은 주역]<1>연극배우-탤런트 전무송씨부인 이기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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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 숨은 주역]<1>연극배우-탤런트 전무송씨부인 이기순씨

입력 2004-01-02 18:12수정 2009-10-10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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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딸 부부와 자리를 함께 한 이기순씨(오른쪽)가 평소 사랑하는 애완견을 안고 있다. 왼쪽부터 아들 전진우씨, 딸 현아씨, 사위 김진만씨. 전무송씨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다. 변영욱기자

《성공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오늘이 있기까지 그 뒤에서 묵묵히 뒷바라지해온 사람들이 있다. 뒤안길에 숨은 그들은 남편 혹은 아내가 날개를 활짝 펼치도록 큰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이다. 보이지 않는 주역이자 든든한 후원자로 살아온 그들의 내밀한 사연을 되짚어보면서 예술가들의 삶의 이면을 조명해본다. ‘문화계 숨은 주역’은 매주 토요일에 실린다.》

영화나 TV에서는 순식간에 깜짝 스타가 탄생하는 시대지만 연극판 배우들의 곤궁한 사정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연극배우 자신들이야 신명나서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도 뒷바라지하는 사람의 마음고생은 여간 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극배우 겸 탤런트 전무송씨(63)의 부인 이기순씨(59)는 30년 넘게 무대 뒤편에서 마음을 조여 왔다. 그러나 아직도 그의 ‘배우 뒷바라지’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남편에 이어 아들과 딸, 사위까지 모두 무대 인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씨의 가족은 잘 알려진 ‘배우 가족’. 요즘 대학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딸 현아씨(33)는 SBS 드라마 ‘여인천하’에서 ‘금이’ 역으로 이미 얼굴을 널리 알렸다. 현아씨는 지난해 봄 ‘호랑이 선생님’의 아역 탤런트 출신 김진만씨(35)와 결혼했다. 딸 부부는 요즘 TV보다 무대에 서는 일이 잦다. 이씨의 아들 진우씨(29)도 악극 ‘불효자는 웁니다’ 등 악극과 연극에 출연해 왔다.

남편 전무송씨는 지금은 유명한 배우가 됐지만 그 역시 연극판에서 오랫동안 무명으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러니 부인의 안살림 역시 녹록할 리 없었다. 이씨는 친구 소개로 전씨를 만나 8년 열애 끝에 1970년 결혼했다. 이후 틈틈이 생계에 보탬이 되는 일을 해왔다. 피아노 레슨, 남대문시장에서의 의류업 등을 하기도 했다. 한때 경기 광명시에서 열었던 양품점은 장사가 제법 잘됐다.

“신혼 때는 열정이 있어 힘든 줄 몰랐지요. 그런데 큰딸(현아)이 태어나니까 생활비가 늘어 걱정이 많더라고요. 하루는 남편이 대본을 집어던지며 ‘먹고 살기 힘든데 장사나 해볼까’라고 말하더라고요.”

이씨는 그때 “내가 연극배우 전무송한테 시집왔지, 장사꾼 전무송한테 시집온 줄 아느냐”며 낙담한 전씨에게 힘을 북돋워줬다. 남편이 1981년 영화 ‘만다라’에 데뷔한 뒤 형편이 조금 나아졌다. 그래도 이씨는 최근까지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있다.

어려웠던 시절을 지내고 나니 이번에는 자녀들이 연극을 한다고 덤볐다. 현아씨는 중학생 때부터 연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극영화과에 가기 위해 재수하던 딸애가 ‘꼭 하고 싶다’며 저를 설득하더라고요. 아이아빠는 적극 찬성했지요. 그래서 이왕 할 거면 열심히 하라고 했어요.”

고 3때까지 속마음을 감췄던 아들 진우씨까지 서울예대 연극과에 진학해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이어 배우 사위가 가족에 합류했다.

“사실 사위는 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했어요. 그런데 아들은 연극 시키면서 연극하는 사위를 반대할 수가 있어야지요.”

연애시절부터 전씨의 공연을 빠짐없이 지켜본 이씨는 이제 아들, 딸의 공연도 빼놓지 않고 본다. 긴 세월 갈고 닦은 ‘눈’이 있는지라 동작 하나, 대사 하나에까지 꼼꼼히 조언해 준다.

현재 KBS 드라마 ‘무인시대’에 두두을 선사로 출연 중인 전씨는 최근 MBC 일요드라마 ‘물꽃마을 사람들’에도 캐스팅됐다. 딸 부부는 최근 대학로에 연기학원 ‘그루 액터스 스쿨’을 열었고 3월엔 새 공연도 올릴 계획이다. 아들 진우씨는 곧 개봉할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도 출연한다. 올해도 이씨는 배우가족들의 뒤치다꺼리에 쉴 틈이 없을 듯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전무송씨가 말하는 '나의 아내' ▼

“어려웠던 시절 연습이 없어 날마다 방안에만 죽치고 있는데도 군말 없이 밥 먹여준 것이 그저 감사하지요. 허허허.”

전무송씨는 부인 이기순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고맙지”라는 말을 먼저 꺼내며 너털웃음을 웃었다.

“무엇보다 하는 일에 반대 없이 따라준 것이 고마워요. 나를 봐서 연극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았을 텐데도 연극하겠다는 아이들의 뜻을 꺾지 않은 것도 고맙고…. 또 나를 보면 하고 싶은 일은 말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전씨는 “아내는 평생 내가 하는 일을 이해해주고 일에 대한 믿음을 갖게 해줬다”며 “요즘엔 아이들 일까지 발 벗고 나서 도와주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다”고 자랑을 멈추지 않았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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