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민족대학 추진 美노스웨스턴大 여지연교수

  • 입력 1999년 8월 17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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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우리말 발음엔 ‘버터 냄새’가 났다.그러나 어휘력과 표현력은 ‘본토 한국인’ 이상이었다.미국 시카고 소재 노스웨스턴대 동양인이민사학과의 여지연교수(34).

그는 9년 전 동양인을 깔보았던 퓰리처상 2회 수상의 대기자(大記者)를 혼쭐낸 당찬 한국인 여기자였다.

당시 여씨는 뉴욕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뉴스데이’의 촉망받는 2년차 기자였고 지미 브레슬린은 미국 전역의 신문에 자신의 칼럼을 싣던 ‘거물’.브레슬린은 아내가 시의원에 출마하자 ‘셔츠를 다려 입지 못했다’‘아침밥도 못먹었다’면서 여성이 집밖을 나돌면 안된다는 내용의 칼럼을 연거푸 썼다.참다못한 여씨가 항의 이메일을 보냈더니 브레슬린은 그에게 “눈 째진 ×이…”하며 욕을 해댔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인권단체와 소수민족단체가 들고 일어났고 외신을 통해 우리나라까지 전해졌다.뉴스데이는 결국 사과 기사를 내보냈다.브레슬린에겐 급여를 삭감하고 2주 동안 글을 못쓰게 했다.

여씨가 지금 교수로 변신해 미국땅에 ‘한국인대학’을 세우려 뛰고 있다.지난해 자신의 돈으로 애틀란타에 12만 평의 학교터를 샀고 ‘모국’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았다.

“6살때 미국에 이민와 유태인 마을에서 자라면서 유태인들이 자신들의 대학을 통해 힘을 키우는 것을 봐왔습니다.특히 브레슬린 사건 때 소수민족단체와 협력하면서 민족대학의 필요성을 절감했지요.”

브레슬린 사건 두 달 뒤 여씨는 신문사측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사,펜실베니아대에서 미국사와 함께 동양인이 미국에 이민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공부했다.

‘이기지 못하면 바보가 되는 세계’에서 그는 무엇인가를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두각을 나타내 왔다.올초 예일대와 노스웨스턴대 두 대학에서 교수직을 제안해왔지만 자신을 위해 학과를 ‘만들어준’ 대학을 택했다.그는 민족대 설립을 ‘만들어 이기기’의 종점으로 생각하고 있다.

“명문대를 졸업한 소수를 제외하고는 상당수의 교포들이 미국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어요.우리가 만들 대학에는 직업교육반 명문대 입학 및 대학원 편입반을 두어 미주류 사회 편입을 도울 겁니다.”

그는 모국의 몇몇 교수로부터 흔쾌히 참여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15일 미국으로 돌아갔다.여교수의 인터넷 주소는 psyuh@ix.netcom.com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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