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만원으로 즐기는 ‘매력덩어리’ 연천

김재범 기자

입력 2018-10-23 05:45 수정 2018-10-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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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로운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연천역은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 등장함직한 예쁘장한 모습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반기고 있다. 연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가을여행주간 ‘만원의 행복’ 데일리 기차 투어, 연천 DMZ 평화투어 동행해보니…

왕복 기차·식사·입장료 모두 포함
태풍전망대 등 관광지 하루에 뚝딱
기차여행 11개 코스 총 27회 진행


“우리 심심한데 주말 당일치기 기차여행 갈까.”

2018년 가을여행주간이 20일부터 시작했다. 11월4일까지 진행하는 이번 가을여행주간에는 ‘여행이 있어 특별한 보통날’이란 테마처럼 일상에서 쉽게 체험하고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대거 내놓았다. 2016년 봄 여행주간부터 운영해 지금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만원의 행복’은 특히 올해 캐치프레이즈에 가장 잘 맞는 프로그램이다.

‘만원의 행복’은 이름 그대로 1인당 단돈 1만원의 비용으로 기차를 타고 즐기는 데일리투어이다. 국내 숨은 명소와 전통시장을 체험하도록 공공 예산을 지원하기 때문에 왕복기차와 현지 식사, 현지교통편과 입장료 등 여행의 모든 비용을 1만원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번 가을여행주간에는 목포, 영암, 해남, 창원, 거제, 통영, 고성, 울산 등 ‘특별기차여행’ 9개 코스와 DMZ투어 2개 코스(연천, 철원) 등에서 27번의 여행을 진행한다. 가을여행주간의 스테디셀러가 된 ‘만원의 행복’ 코스 중 주말 당일치기 여행으로 딱 좋은 ‘연천 DMZ 평화투어’에 동행했다.

연천까지 가는 D-트레인 열차. 연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북녘 땅이 코앞에 보이는 태풍전망대

‘연천 DMZ 평화투어’는 서울역에서 오전 9시35분 출발하는 D-트레인 4885편을 타고 간다. 이번 가을여행주간에서 연천 DMZ평화투어의 1회 참가인원은 120명. 코스의 특성과 소요시간 때문인지 몰라도 20일 오전 서울역에 갔을 때 만난 투어 참가자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부터 어린 자녀까지 가족여행팀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D-트레인 4885편은 3량 편성의 작은 열차로 객차 내부를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색감의 꽃무늬로 장식한 것이 매력이다.

의정부 소요산 동두천을 거쳐 연천역에는 오전 11시38분께 도착한다. 2시간 안팎으로 걸리는 이동시간에서 알 수 있듯이 열차는 전혀 급할 것 없다는 듯 여유로운 속도로 달린다. KTX급의 고속질주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실망스런 속도지만, 덜컹거리는 열차 특유의 움직임을 몸으로 느끼며 창밖으로 지나가는 가을 풍경을 보는 데는 딱 알맞다. 실제로 열차를 탄 여행객들은 가족들과 미리 챙겨온 음식을 먹으면서 창밖을 보거나 수다삼매경에 빠진다. 급할 것 전혀 없는 슬로우 투어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열차 목적지 연천은 작은 지방역이다. 드라마나 뮤직비디오에 등장함직한 예쁘장한 시골역의 모양새인데, 가을을 맞아 붉게 물든 역사 벽의 나뭇잎이 정취를 더한다. 연천역을 나와 오른쪽에 보면 담쟁이덩굴이 멋스럽게 올라간 물탑이 보인다. 연천역 포토 포인트 중 하나인 급수탑이다.

북녘 땅을 볼 수 있는 태풍전망대. 연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곳에서 점심을 먹은 뒤 버스 편으로 첫 목적지 태풍전망대로 이동했다. DMZ 접경지역에는 북녘 땅을 바라볼 수 있는 여러 전망대가 있다. 태풍 전망대도 그중 하나인데, 다른 곳보다 북측 지역을 지척에서 볼 수 있다. 임진강을 사이에 두고 좌우의 좁은 평야지대와 구릉이 이어지면서 북측 지역과 맞닿아 있는데, 강이 얼어붙은 겨울에 북측 병사가 도보로 강을 넘어 귀순하기도 했다. 워낙 가까이서 북녘 지역을 볼 수 있고 시야를 방해하는 높은 산도 별로 없다 보니 이곳은 각종 단체관광객으로 늘 붐빈다.

● 허브빌리지와 한탄강의 명물 재인폭포


허브빌리지는 연천 시내에 있는 식물테마파크이다. 부지가 넓지는 않지만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배치해 제법 돌아다니는 재미가 있다. 허브향과 꽃내음을 파크 전체에서 느낄 수 있고 잘 가꾼 실내 유리온실에서는 SNS용 인증샷을 찍기 딱 좋은 곳이다. 향초 등 허브특산품도 판매한다.

연천 허브빌리지 내부 모습. 연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연천은 한탄강과 임진강이 관내에 있어 물과 관련된 여행 테마가 많다. 한탄강댐 물문화관은 선사시대 화산활동으로 탄생한 한탄강의 유래와 이곳의 명물인 재인폭포의 생성과정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문화관 내부보다는 오히려 인접한 한탄강댐의 웅장한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재미있다. 유사시를 대비한 홍수방지용 댐이여서 평상시에는 댐위를 거닐 수도 있다.

재인폭포는 태풍전망대와 함께 DMZ평화투어의 핵심 코스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안타깝게도 이번에 방문했을 때는 비가 안오는 통에 폭포의 수량이 크게 줄어 멋스런 경치를 보는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평소에는 서울 인근에서 쉽게 보기 힘든 깊은 계곡 줄기를 따라 쏟아지는 물줄기의 장관을 만끽할 수 있다.

재인폭포까지 보고 다시 연천역으로 돌아오면 오후 5시10분. 아침에 출발해 해지기 전까지 제법 다양한 볼거리를 보고 온 셈이다. 여기서 다시 기차에 몸을 실고 출발하면 오후 7시 조금 넘어 서울역에 도착한다. 1만원을 투자해 11시간의 정도의 데일리투어를 즐겼으니 투어 가성비 면에서는 나무랄 것 없는 여정이다.

연천|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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