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치 몇번으로 짭짤… ‘상테크’를 아시나요

황성호기자

입력 2018-10-23 03:00 수정 2018-10-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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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상품권 할인 구매 후 간편결제서비스 포인트로 전환
1원이상 쓰면 환불받을 수 있어… 10만원 상품권 사 1100원 차익
공정위 “문제 없는지 검토해볼것”



최근 온라인에서 이른바 ‘상테크(상품권+재테크)’ 방법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할인 상품권을 간편 결제 서비스에 등록해 물건을 산 뒤 나중에 현금으로 환불받는 방식이다. 수수료보다 할인율이 높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22일 온라인 카페 등에서 확산되고 있는 상테크를 기자가 직접 해봤다. 우선 G마켓 등 온라인쇼핑몰에서 10만 원 상당의 북앤라이프 모바일상품권을 할인된 금액인 9만900원에 구매했다. 이후 모바일상품권을 NHN엔터테인먼트가 운영 중인 간편결제서비스 페이코의 포인트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페이코 측은 8%(8000원)의 수수료를 가져갔다. 이에 따라 페이코의 포인트로 적립된 금액은 9만2000원. 남은 과정은 1원 이상의 물건을 구매한 뒤 환불을 신청하는 것이었다. 기자는 1만 원의 식료품을 산 뒤 포인트의 남은 금액인 8만2000원을 환불 신청했고, 다음 날 이 돈이 계좌로 들어왔다. 9만 900원을 내고 1만 원짜리 식품을 산 뒤 8만2000원을 돌려받았으니 클릭 몇 번으로 1100원을 번 것이다. 소비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포인트를 선물한 뒤 다시 돌려받는 방법으로 총액 9만2000원을 환불받기도 한다.

페이코는 현재 북앤라이프와 해피머니 모바일 상품권으로 포인트를 충전할 수 있다. 한 달에 개인이 살 수 있는 상품권 구매 한도는 300만 원이다. 두 종류의 상품권을 사면 한 계정에서 매달 충전할 수 있는 금액이 총 600만 원이다. 10만 원에 1100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했을 때 아이디 1개로 연간 최대 79만2000원의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할인율은 시기에 따라 다른데 북앤라이프는 22일 현재 9만900원, 해피머니는 9만1200원에 팔리고 있다.

1100원이 갑자기 소비자 지갑에 꽂혔으니 누군가는 손해를 봤을 터.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누구도 “손해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 희한한 구조는 다음과 같다.

상품권 발행사와 페이코 측은 10만 원에서 뗀 8%의 수수료(8000원)를 나눠 갖는다. 수익 비율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페이코 측은 발행사 쪽의 수익 비중이 훨씬 크다고 밝혔다. 북앤라이프는 10만 원짜리 상품권을 9만900원에 팔아도 나중에 4000원 이상을 돌려받는 셈이다. 여기다 소비자가 상품권을 구입해 사용할 때까진 통상 상품권 액면가액(10만 원)이 현금자산으로 인식되므로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종이로 상품권을 찍을 때 내는 인지세(10만 원 초과 시 800원)를 모바일상품권 발행 때는 내지 않아도 된다. 모바일상품권 마케팅 비용이 어차피 든다고 생각하면 이 정도 비용은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따로 있다. 상품권을 발행하는 북앤라이프, 해피머니 등의 약관에는 상품권 가액의 60% 이상을 사용해야 차액을 환불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테크’에서는 1원만 써도 전부 돌려받을 수 있다. 인터넷 카페에는 1원짜리로 살 수 있는 상품(덧신 등)에 대한 정보도 다수 나와 있다.

어떻게 보면 재테크 수단이지만 일종의 ‘꼼수’라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페이코 측은 “현재로서는 제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상품권 거래여서 이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는 내용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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