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세계수영, 넘어지고 깨어지며 ‘1승’…남자 수구의 꿈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3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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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첫 승을 일군 한국 남자 수구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대회를 거치며 많은 것을 배웠고, 한국 수구 저변 확대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 남자 수구 대표팀은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15·16위 순위결정전에서 승부 던지기 끝에 17-16(3-3 2-2 4-5 3-2 5-4)으로 승리했다.

한국 남자 수구의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승이다. 이날 승리로 최하위도 면했다. 16개국 중 15위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좋은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남자 수구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1승은 의미있다.

한국은 수구 불모지다. 여자 수구 팀은 동호인 클럽팀을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수영연맹에 수구 선수로 등록된 인원은 총 406명이다. 이 중 경영을 겸하는 선수가 339명으로, 순수하게 수구 선수로만 등록된 인원은 67명 뿐이다. 67명 중 실업 선수로 등록된 이는 36명에 불과하다.

이런 환경이다보니 한국 수구가 국제대회 무대를 경험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아시안게임 때나 외국 선수들을 상대한다.

남자 대표팀을 이끄는 이승재 코치는 “선수층이 얇다. 고교 팀은 10개 정도고, 초·중학교는 수구 팀이 없는 현실”이라며 “전지훈련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한국 수구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과 직접 부딪혀 볼 기회가 적다”고 설명했다.

한국 남자 수구의 세계선수권대회 출전도 이번이 처음이다. 자력으로 출전권을 얻은 것이 아니라, 개최국 자격으로 나섰다. 세계 강호들에게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이번 대회에 나온 남자 대표팀의 목표는 ‘1승’이었다.

이마저도 쉽지는 않은 목표였다. 남자 대표팀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딴 적이 있는 강호들을 상대한 조별예선에서 잇따라 대패를 당했다. 그리스에 3-26(0-7 0-7 1-3 2-9)로, 세르비아에 2-22(1-6 0-5 1-4 0-7)로 패한 한국은 몬테네그로에도 6-24(1-6 1-4 1-8 3-6)로 대패했다.

13~16위 결정전에서 만난 ‘아시아 최강’ 카자흐스탄도 대표팀에는 높은 벽이었다. 역시 4-17(1-4 2-4 0-7 1-2)로 졌다.

하지만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넘어지고 깨지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다. 수준 높은 팀들과의 경기는 선수들에게 ‘배움의 장’이었다. 알고 있었던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깨우쳤다.

남자 대표팀을 지도하는 이승재 코치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 체격 조건에서 밀린다. 물 속에서 몸싸움을 했을 때 힘이나 체력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며 “웨이트트레이닝이나 물 속에서 움직임을 집중 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속에서 끝까지 싸울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골키퍼 이진우(22·한국체대)는 “국제 무대에 대한 자신감을 얻어가는 것 같다. 경기를 치르면서 세계 4강에 드는 팀과 경기를 하면서 기량도 많이 향상됐다”며 “외국 선수들에 비해 체격적으로 많이 부족하다.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돌아가면 선수들이 했던 모습을 되새기면서 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주장 이선욱(32·경기도청)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강국과 격차를 느낀 뒤 혼자 스페인에 가서 3개월 정도 지내며 배워 왔다. 그 때 배운 것을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있다”며 “이제 후배들에게 영향력 있는 지도자로 서야 하는데 이번 대회에서 배운 것을 발판삼아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겠다”고 전했다.

배우면서 경기를 치른 대표팀은 결국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사상 첫 승을 일궈냈다.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의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남자 수구 15·16위 순위결정전에서 승부 던지기 끝에 17-16(3-3 2-2 4-5 3-2 5-4)으로 승리했다.

남자 대표팀은 이날 거둔 승리를 ‘의미있는 1승’이라고 자부한다. 한국 수구가 한층 발전하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는, 저변을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우가 “수구에 대한 기사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처음일 정도로 수구가 주목을 받았다. 수구를 하면서 처음 있는 일이고, 관심도 처음 받아본다”고 말할 정도로 이번 대회를 통해 수구라는 종목을 어느 때보다 많이 알렸고, 선수들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상대하며 배운 것도 많다.

이선욱은 “이번 대회를 치르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 이런 무대를 통해 저변이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한국 수구가 한 걸음 나아가는 대회가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성장하는 꿈나무들이 우리가 거둔 첫 승을 보며 ‘우리나라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고 기대했다.

이선욱과 함께 대표팀 맏형인 권영균은 “대표팀 후배들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발전된 한국 수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광주=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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