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흥행을 주도하는 라이벌은 누구인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7월 23일 05시 30분


라이벌전의 열기는 K리그의 흥행과 직결된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가(家) 더비’ 또한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 매치다. 사진은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울산전이 끝난 뒤 인사를 나누는 양 팀 선수단의 모습. 스포츠동아DB
라이벌전의 열기는 K리그의 흥행과 직결된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의 ‘현대가(家) 더비’ 또한 K리그의 대표적인 라이벌 매치다. 사진은 1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울산전이 끝난 뒤 인사를 나누는 양 팀 선수단의 모습. 스포츠동아DB
라이벌은 스포츠 흥행의 불씨다. 그 불씨를 어떻게 살리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서로 으르렁거린다고 해서 모두 라이벌은 아니다. 수준 높은 경기력이 따라줘야 한다. 아울러 화끈한 승부를 펼쳐야 스탠드가 달아오른다.

프로와 실업팀을 섞어 5팀으로 1983년 출범한 프로축구 K리그의 초창기 대표적인 라이벌은 대우 로얄즈와 포항제철 돌핀스다. 럭키금성 황소와 현대 호랑이도 명문 구단이었지만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과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의 축구사랑은 특별했다. 그 때문인지 두 구단의 경쟁의식은 도드라졌다. 적극적인 투자로 K리그 발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삼성그룹이 프로축구에 뛰어든 1996년 이전까지의 우승 횟수는 두 구단 모두 나란히 3회씩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년간은 안양 LG(FC서울)와 수원 삼성의 라이벌전이 K리그를 지배했다. 지역적인 특성과 모기업, 감독, 선수, 응원단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얽히고설키면서 최고의 관심을 끌었다. LG가 연고를 서울로 옮긴 이후에도 슈퍼매치는 최고의 라이벌전으로 K리그를 선도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급부상한 구단은 전북 현대다. 현대자동차의 뒷받침 속에 과감한 투자를 하면서 지방 구단의 한계를 딛고 우뚝 섰다. 프런트와 감독, 선수, 응원단이 하나로 똘똘 뭉쳐 기존 강호들을 뛰어넘는 강력한 팀으로 만든 건 K리그 역사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지난 10년 동안 전북은 6번이나 우승하며 왕조를 구축했다.

하지만 특정 구단의 일방적인 페이스는 리그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경쟁자가 있어야 관심도 고조되는 법이다. 전북 왕조가 구축된 뒤 우승 레이스는 싱거웠다. 전북이 6번 정상에 오르는 동안 FC서울이 3번 우승하며 그나마 대항마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전북의 큰 흐름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강등 위기까지 몰리면서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올 시즌 반등에 성공한 서울은 전북과의 ‘전설매치’(전북과 서울의 앞 글자를 딴 명칭)를 되살렸다. 박주영(서울)이 2016년 K리그 최종전 전북 원정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리그 역전 우승에 성공한 게 전설매치의 계기가 됐다는 얘기도 있지만 사실은 경기력 면에서 이미 라이벌의 조건을 갖춘 팀들이다.

전주에서 열린 올 시즌 첫 번째 전설매치는 후반 추가시간 한승규(전북)의 극장골로 막을 내렸다. 1만5127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앞에서 축구의 재미를 제대로 선사했다. 상암에서 열린 2번째 매치도 뜨거웠다. 2만8000여명의 관중을 기록한 가운데 버스 19대에 나눠 타고 온 전북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눈길을 끌었다. 웬만한 구단의 홈 팬 규모를 갖춘 원정 팬들은 K리그의 리딩 클럽다웠다. 전북이 4-2로 이긴 것도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

물론 서울의 투지도 볼만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승부근성은 고무적이었다. 치고받으며 6골이 터진 것도 재미 요소였다. 전북전 5연패를 했지만 패자라고 해서 주눅들 필요는 없다. 다시 설욕을 노려야 한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북의 독주를 막을 팀으로 울산 현대가 지목됐다.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예상대로 울산의 추격은 매서웠다. 우승 전력을 과시한 울산은 전북과의 ‘현대가(家) 더비’를 K리그 대표 라이벌전으로 만들었다. 더비 1차전에서는 후반 추가 시간 김보경의 PK골로 홈 팀 울산이 짜릿한 승리를 챙겼다. 전주에서 열린 2차전은 팽팽한 승부가 펼쳐진 가운데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차전은 서울전보다 많은 1만7728명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정상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현대가 더비는 마지막까지 뜨거울 전망이다.

영원한 독주는 없다. 라이벌전을 통한 추격과 역전, 재역전이 오가야 재미를 더한다. 감독 교체로 시험대에 오른 전북을 두고 울산과 서울이 펼치는 도전은 올 시즌 최고의 흥밋거리다. 물고 물리는 승부 속에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까.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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