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나이에 대한 편견부터 없애라”… 핀란드 노동건강硏, 시니어에 조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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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스마트 시니어’ 시대


“퇴직을 앞두고 있으니 직장에서 쓸모없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나이 어린 상사와 어떻게 기분 좋게 대화할 수 있을까요?”

핀란드 헬싱키의 제조업체 발메트가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라이프코스 매니지먼트’ 프로그램에선 이런 고민들이 이어지곤 한다. 시니어 직원 10∼20명은 트레이너 2명과 함께 직장생활의 고충을 나눈다. 주제는 어린 동료와 일하는 법부터 은퇴 후 고민까지 다양하다. ‘나이 차별’에 대한 대화가 주를 이루는 것을 보면 동서양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듯하다.

핀란드 사회복지부 산하 노동건강연구소(FIOH)가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17개 기업 및 기관에서 운영 중이다. 이는 사회적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 ‘유럽의 일본’이라 불리는 핀란드에선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30%가 넘는다. 고령자들이 오래 일터에 머물수록 사회적 비용도 줄어든다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커리어 관리는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FIOH의 올해 예산은 600억 원 정도로, 절반가량을 정부가 지원한다. FIOH가 2004년 처음 프로그램을 개발했을 때엔 여성 경력단절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직장 내 소외감이나 가족 간병을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고령자 대상으로 방향을 바꿨다.

라이프코스 매니지먼트는 한 번에 4시간씩 연간 4회(총 16시간)로 구성된다. 눈에 띄는 점은 직접 자신이 처한 환경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제안하는 ‘보텀 업(bottom up)’ 방식. 프로그램을 이수한 직원들은 상급자를 만나 자신이 찾은 문제점과 해결책을 논의한다. 2016년부터 진행한 프로그램 참가자 699명 가운데 50%가량이 직장 내 편견 대처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FIOH는 현재 독일, 브라질 기업 등에도 이 프로그램을 수출하고 있다.

메르비 루오콜라이넨 FIOH 연구원은 “초고령화 시대의 시니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일”이라며 “‘곧 퇴직하니까 더 이상 발전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가장 위험하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온다”고 강조했다.

헬싱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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