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에 日대사관 향하는 분노로 분신까지…“이성적 접근 필요”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19일 16시 39분


코멘트
19일 새벽 일본대사관이 입주해 있는 건물 현관 앞에서 70대 남성이 탑승 차량에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이날 오전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앞을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2019.7.19/뉴스1 © News1
19일 새벽 일본대사관이 입주해 있는 건물 현관 앞에서 70대 남성이 탑승 차량에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이날 오전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서울 종로구의 한 건물 앞을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2019.7.19/뉴스1 © News1
최근 일본의 반도체 소재부품 수출 규제 이후 한국 국민의 분노가 주한일본대사관으로 집중되고 있다. 일본대사관 앞에서 각종 시위와 집회가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19일 새벽에는 일본에 반감을 갖고 있는 70대 남성이 일본대사관이 입주한 건물 현관 앞에서 분신을 시도해 숨지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19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김모씨(78)는 이날 새벽 3시24분쯤 카니발 차량에 인화성 물질을 싣고 종로구 트윈트리빌딩 현관 앞에 도착한 뒤 라이터를 이용해 분신을 시도했다. 김씨는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전날 지인에게 차량을 빌린 뒤 “일본에 대한 반감 때문에 하는 것”이라는 취지의 통화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의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김씨의 장인이 강제징용 피해자였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일본의 경제보복 등 관련 이슈가 부각되면서 반일감정이 격해져 대사관 앞까지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일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일본대사관 앞 집회와 시위도 늘어나고 있다. 전날(18일) 저녁만 해도 ‘겨레하나’가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를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열었다. 차량 분신이 있었던 이날 오후에는 김종훈 민중당 국회의원이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올해 3월부터 매주 일본대사관 앞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을 촉구하기 위해 ‘목요행동’ 집회를 벌여왔던 겨레하나의 이연희 사무총장은 “평소 겨레하나 회원 15~20명 정도 참석했는데 최근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며 “18일엔 70~80명 정도가 모였다”고 설명했다.

당장 토요일인 20일 오후 6시엔 일본대사관 앞에서 아베 총리와 일본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다. 현재까지 민중공동행동과 강제동원공동행동,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97곳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아직 참여를 희망하는 단체가 이어지고 있어 당일에는 더 많은 단체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해 정부 차원의 대응을 넘어 국민들의 분노가 연일 표출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방법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민들의 분노 표출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를 고려해 적절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국민들이 분노를 표출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어떤 외부적인 힘을 가하거나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시도해서도 안 된다”며 “다만 어떤 식으로 표출할지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 교수는 “과격한 방법보다는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며 “무엇보다도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시점에서 불매운동이나 여행을 자제하는 것도 해볼 만 한 행동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이러한 분위기가 일본 내에서 악용될 수 있는 점 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우리 국민들이 나서 일본의 수출규제를 규탄하고 그런 심정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고 본다”며 “다만 자칫하면 일본 내에서 혐한 분위기를 악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될 경우 아베 총리가 정치적으로 혐한 분위기를 악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