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시험 등 출제진 편중”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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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반 특강 통해 문제유출 의혹”… 靑청원 제기돼 금융당국 조사중
“출제교수 풀 적고 명문대에 몰려… 해당 대학 학생들에게 유리”
변리사-세무사 등 7개 자격시험… 수험생 이의제기 3년새 5배로

“변리사 시험이 ‘적폐시험’으로 전락해 재도전을 포기합니다.“”

지방 국립대에 다니던 A 씨가 애써 준비하던 시험을 접으며 학교 게시판에 남긴 글이다. 아무리 애써 봤자 출제 경험이 있는 교수들이 명문대에서만 정보를 공유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라고 봤다. 그는 “시험이 특정 대학 특강 자료에서 출제되는 게 관행”이라며 “지방대생이 합격하기 힘든 이유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정보 싸움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며 허탈해했다.

이달 7일 청와대에 “공인회계사(CPA) 시험이 한 대학 고시반에서 유출됐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돼 금융 당국이 조사에 나서는 등 경제·경영 분야 국가전문자격증을 중심으로 시험 문제 유출, 특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 출제진 수도권 대학에 편중, 불공정 논란


18일 금융위원회, 한국산업인력공단, 대법원이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CPA, 변리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공인중개사, 공인노무사, 법무사 등 경제·경영·법무 분야 7개 국가전문자격시험에 대한 수험생들의 이의 제기는 지난해 133건으로, 3년 전(27건)의 5배에 달했다. 최근 이슈가 된 CPA는 최근 10년간 매년 4건꼴로 이의 제기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됐다.

출제 교수나 학생들은 시험유출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수도권 대학을 중심으로 ‘핵심정보’가 유통되는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거의 대부분 수도권 대학 교수들이 출제위원으로 선정되기 때문에 정보를 일부 대학 특강에서 공유한다는 것이다. 변리사 준비생 B 씨(26)는 “예전에 출제진이었던 교수들이 일부 명문대에서만 시험 직전 특강을 열고 중요한 부분을 콕 짚어준다”며 “거기에 못 가는 나는 허탈하다”고 말했다. 변리사시험은 2017년 서울의 한 대학 특강에서 유사 문제가 출제됐다는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출제위원 후보군이 워낙 적고, 서울 소재 대학 교수에 편중됐기 때문이다. 금융위와 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출제자는 과목별로 CPA가 약 4명, 변리사가 2∼4명, 세무사가 2∼5명 수준이다. 한정된 후보 중 소수의 교수만 반복적으로 출제를 맡으니, 자주 출제하는 교수의 학생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출제위원이 수도권 대학에 편중돼 있으니 지방대생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출제위원을 지방대 교수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주관식 시험 채점 기준 공개해야”


수험생들은 출제기관이 시험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세무사 시험을 준비 중인 C 씨(28)는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와 월세와 학원비를 매달 80만 원 넘게 투자하고 있지만 낙방 이유를 모른 채 시험만 계속 치고 있으니 갑갑하다. 그는 “서술형인 2차 시험은 채점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서, 내가 시험에 떨어져도 다음에 뭘 고쳐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털어놨다.

수험생의 이의 제기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다. 5년째 CPA를 준비하는 김모 씨(29)는 “답안을 잘 써냈다고 생각하는 시험에서 점수가 나쁘게 나왔다”며 “채점 결과에 이의 제기도 못 한 채 그대로 받아들이려니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선동 의원은 “CPA 2차 시험에 이의 제기 제도를 도입해 투명성을 높이고, 시험 주관 기관을 이관해 전문성을 높일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은아 achim@donga.com·남건우·김형민 기자

최혜승 인턴기자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국가전문자격증#고시반 특강#문제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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