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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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미술관 ‘한국화…’ 개막… 박승무 등 22명 작가 작품 전시
한국화의 위상 새롭게 조명

황인기 작가의 2019년 작품 ‘겨울 남곡리’. 2차원의 이미지를 디지털 픽셀로 전환해 3차원의 새로운 화면으로 탄생시켰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황인기 작가의 2019년 작품 ‘겨울 남곡리’. 2차원의 이미지를 디지털 픽셀로 전환해 3차원의 새로운 화면으로 탄생시켰다. 대전시립미술관 제공
“이거 한국화 맞나요?”

17일 대전 서구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막이 오른 ‘한국화, 신와유기(新臥遊記)’의 작품 중에는 이런 의문을 제기할 만한 작품이 적지 않다.

황인기 작가의 2019년 작품 ‘겨울 남곡리’가 그 가운데 하나다. 2차원의 이미지를 디지털 픽셀로 전환한 후 크리스털, 레고블록, 실리콘, 리벳 등을 활용해 3차원의 새로운 화면으로 탄생시켰다. ‘그렸다’기보다는 ‘제작했다’는 표현이 더 적합한 이 작품은 통상 ‘지필묵(紙筆墨)으로 그려내는 산수’를 한국화로 연상해온 관객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이이남 작가의 ‘박연폭포’도 마찬가지다. 겸재 정선의 작품을 재해석한 이 작품은 디지털 이미지와 사운드까지 동원해 폭포의 박진감을 눈앞에서 펼쳐 보인다. 김민경 학예사는 “원본의 회화성을 최대한 유지하며 현대적이고 디지털적인 표현을 통해 새로운 회화의 경지를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한국화의 범위는 어디까지로 봐야 할까. ‘한국화의 외연 확대’를 기획의 초점으로 삼은 선승혜 시립미술관장은 작품의 재료도 소재도, 작가의 국적도 넘어설 것을 주문한다. 선 관장은 “한국화는 한국 사람의 내면세계가 표현된 예술로서 수천 년의 전통과 현대가 결합돼 나온 한국 문화와 정신의 시각적 표현이라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인은 자유로움을 지향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고 적응력도 뛰어나 한국화의 범위를 비좁게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대전·충남지역이 한국화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새롭게 조명됐다. 선 관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대전·충남지역이 한국화 전통의 맥을 간직하고 있고 거장을 대거 배출한 데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국화 전통의 맥이란 백제 산수문전과 조선시대 구곡도, 추사 김정희로 이어지는 흐름을 이른다.

이번 전시에는 박승무 변관식 이상범 이응노 민경갑 이종상 조평휘 정명희 등 원로부터 신세대까지를 망라하는 대표적인 한국화 작가 22명의 작품 48점이 전시됐다. 한국화의 거장이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을 지낸 고 민경갑 화백의 작품으로는 ‘자연 속으로’가 걸렸다. 민 화백의 유족이 기증한 대표작 20점 가운데 2002년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전시됐던 작품이다. 이 가운데 민경갑 박승무 오윤석 유승호 이응노 등 9명이 대전·충청의 작가들이다.

누워서 감상한다는 뜻의 ‘와유(臥遊)’는 중국 남송의 화가 종병(宗炳)의 일화에서 비롯됐다. 그는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지자 젊은 날 찾았던 여행지를 그림으로 그린 뒤 방에 걸어 두고 누워 감상을 했다. ‘한국화, 신와유기’는 한곳에서 편안하게 이런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시는 10월 13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1-4전시실에서 열린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황인기 작가#겨울 남곡리#한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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