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 잃을까’ 몸 낮춘 軍, 작전 상황 이례적 실시간 공개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17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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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잠망경 신고 접수 후 수색·탐지 작전 경과 등 브리핑
북한 목선 사건·2함대 거짓 자백 등 은폐·조작 의혹 '휘청'
지난 12·13일 무인 목선 식별 상황도 언론에 미리 알려
은폐·조작 의혹 우려한 나머지 과도한 대응이라는 지적
軍 "정확히 알리고자 설명…작전 보안 사항 노출 없어"

서해대교 잠망경 추정 오인 신고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가운데 군이 작전 상황 등을 실시간 공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북한 소형 목선 사건과 해군 2함대사령부 거짓 자백 등 잇단 은폐·조작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군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17일 합동참모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7분께 고속도로 순찰 중이던 경찰이 서해대교 행담도 휴게소 인근 해상에서 잠망경으로 추정되는 물체가 이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신고했다.

경계 책임부대인 육군 32사단이 상황을 접수해 상급부대에 보고했다. 합참은 고속 상황 전파를 통해 오전 7시38분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 등 주요 직위자에게 상황 보고를 했다.

군 당국은 수중 침투 가능성에 대비해 해당 지역으로 경계 병력을 투입하고, 가용한 경계 감시 장비를 동원해 잠수정의 활동이 있는지 탐지했다. 또 신고자와 현장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확인하는 동시에 지역합동정보조사도 병행했다.

군 관계자는 “침투 세력이 있을 수 있어 이동 속도를 고려해 차단 작전도 진행했고, 예상되는 수로에 대한 집중 탐색 작전과 함께 대잠 초계작전도 했다”며 “육군 항공 전력도 투입해 취약 지역에 대한 정밀 작전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5시간 가까운 수색·경계 작전 결과 군은 대공혐의점이라고 할 만한 특이사항을 발견할 수 없었고, 신고자가 어망 부표를 잠망경으로 오인해 신고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합참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되면 실제 병력이 출동하고, 현장 확인과 감시·수색 작전을 펼쳐 대공혐의점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며 “국가안보와 국민의 안전과 관련해서는 오인 신고 내용도 대공 혐의점의 징후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는 선제적으로 치밀하게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군은 최초 신고 접수부터 경계 작전 진행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해상에서 이 같은 오인 신고가 종종 있어 작전 상황이 발생하지만 언론 등을 통해 알리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군 당국은 지난 12일 강원도 고성에서 해류를 따라 해안으로 떠내려 온 북한 무인 목선을 해경이 최초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13일 하루 동안 북한 무인 목선 3척을 동해상에서 식별해 파기 조치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군이 평소 공개하지 않던 작전 상황을 언론에 알리는 것은 최근 불거진 잇단 은폐·조작 의혹으로 인해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군은 지난달 15일 북한 주민 4명이 탄 소형 목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57시간 동안이나 표류하며 삼척항 방파제에 접안할 동안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최초 발견 지점을 ‘삼척항 인근’이라고 발표해 은폐·조작 의혹을 불러왔다.

최근에는 평택 2함대사령부에서 야근 경계근무 중 부대 안을 활보하는 거동수상자를 식별하지 못했다. 조사 과정에서 소속 간부가 병사에게 허위 자수를 강요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또 다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군을 향한 불신의 눈초리는 더욱 날카로워진 상태다.

더욱이 잇단 경계작전 실패와 은폐·조작 의혹으로 인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에 대한 해임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정 장관이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군이 대공(對共) 수색·탐지 작전 상황을 실시간으로 언론에 공개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군 안팎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 군이 은폐·조작 의혹을 우려한 나머지 과도한 대응을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한 예비역 장성은 “군이 은밀하게 진행해야 할 작전 상황을 언론을 통해 실시간 중계하는 꼴이 됐다”며 “코너에 몰린 군이 보안을 요하는 작전을 노출하면서까지 의혹을 털어내고 싶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 관계자는 “최근에 (군에 대해) 여러 우려하는 부분이 있어서 정확히 알리고자 하는 측면에서 설명했다”며 “경찰이 최초에 신고를 해 이후에 알려질 가능성이 있어 그런 측면에서 정확히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황에 맞는 적정수준의 전력을 운용했고, (언론 공개 과정에서) 작전 보안 사항을 노출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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