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탄차 어떻게 유입됐나…네덜란드-中-日-부산 거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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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6일 2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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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도착한 하노이에서 전용차에 탑승해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9.2.26/뉴스1 ©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도착한 하노이에서 전용차에 탑승해 환영 인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19.2.26/뉴스1 © News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는 곳이라면 어디나 따라붙는 전용 방탄차는 그의 주인 못지않게 늘 화제의 대상이다.

그중 최대 궁금증은 대당 160만달러(약 19억원)를 호가하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마이바흐 S62, S600 풀만가드 등 최고급 라인의 리무진들이 어떻게 제재를 뚫고 북한에 반입됐는지 여부이다. 김 위원장은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날 때에는 또다른 럭셔리 롤스로이스 리무진을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 2006년 당시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가한 반입 금지 명품 제재 대상품들이다.

뉴욕타임스는 16일(현지시간) 밀수네트워크를 감시·조사하는 워싱턴 소재 비영리단체인 안보연구기구 C4ADS(Center for Advanced Defense Studies)와 함께 김위원장 전용차량의 유입 경로를 역추적한 기사를 게시했다. 이 신문은 이를 통해 북한이 제재를 우회 또는 회피해 명품을 반입하는 운송 네트워크가 가동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위원장 벤츠 방탄차의 여정은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시작됐다. 항만및 선적 기록에 따르면 2018년 6월 벤츠 승용차를 각각 적재한 두대의 봉인된 컨테이너가 트럭에 실려 터미널로 들어왔다. 화물 관리는 중국 코스코해운사로 적혀 있다. 이 화물을 누가 첫 구입했는지는 불명확했다.

로테르담에서 선적된 컨테이너는 41일간의 항해끝에 7월 31일 중국 다롄항에 도착해 하역됐다. 이어 8월 26일 다시 배에 실려 일본 오사카항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선적된 컨테이너는 3일만에 부산항에 왔다. 9월 30일이었다.

이후 여정중 가장 미스터리한 부분이 펼쳐진다. 컨테이너는 부산항 도착 하루만에 토고기를 단 화물선 DN5505호에 옮겨 실린후 러시아 나홋카로 향했다. 이때부터 화물은 ‘도영 시핑(Do Young Shipping)’이 인도한 것으로 나온다. 도영은 마샬제도에 등기를 두고 있으며 DN5505호와 파나마 선적 유조선인 카트린을 보유한 회사이다. 도영의 소유주는 분명하지는 않지만 각종 자료와 인터뷰 내용으로 미뤄 러시아 기업가인 다닐 카자추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는 명시했다. 차량을 적재한 DN5505호는 원래 선박명이 ‘장진’이었으나 화물이 다롄항에 들어오기 이틀전인 7월 27일 소유주가 홍콩 등기 회사서 도영으로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DN5505호는 10월 1일 부산을 출항하며 자동인식장치도 꺼졌다. 선박들이 제재를 회피할 때 통용되는 수법이다. 이후 18일만에 장치는 켜졌는데 당시는 선박이 한국 영해로 다시 들어왔을 때였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이 배에는 2588 메트릭톤의 석탄이 적재돼 있었고 화물은 이후 포항서 하역됐다. 한국 세관 기록에 따르면 이 배는 나홋카에서 석탄을 선적했다. 나홋카는 카자추크가 사무실을 둔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항만 도시이다.

러시아 나홋카에 도착한 벤츠의 정확한 추후 행적은 기록상 나오지 않으나 조사원들은 차량들이 항공편에 실려 북한으로 반입된 것으로 추정했다. 항공운항데이터와 영상 자료를 보면 10월 7일 북한 고려항공 소속의 화물기 3대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이 화물기들은 김위원장의 전용차량을 해외로 운송하던 화물기와 똑같은 항공기이다. 이어 4개월 후인 올해 1월 31일 문제의 벤츠는 평양 거리에서 처음 포착됐다.

한편 한국 정부는 지난 2월 DN5505호와 카트린을 각각 제재 위반 혐의로 억류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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